2015년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로 ‘혼용무도’ 즉,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되었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합친 말이며, ‘무도’는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으로 중국 진(秦)나라의 두 번째 황제 호해(胡亥)를 지명하고 있는데,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순찰을 나갔다가 갑자기 병사(病死)하게 되자, 환관(宦官) 조고(趙高)는 유서를 조작해 맏아들(태자太子)을 죽이고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한 후,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다. 호해는 조고의 농간에 귀가 멀어 방탕한 생활로,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을 하고, 진나라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조선중기 1569년(선조2년) 지금부터 446년 전,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34세 되던 해, 17세 된 어린 임금 선조에게 올린 ‘동호문답(東湖問答)’은 왕도정치의 이상을 문답형식으로 서술한 글로, 곧고 기개 있는 이이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글로서, 임금이 통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임금의 도리 중, 정치를 혼란케 하는 어질지 못한 임금을 폭군(暴君), 혼군(昏君), 용군(庸君)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폭군은 많은 욕심이 속마음을 흔들고 유혹에 빠져 백성의 힘을 다 빼앗고, 충언(忠言)을 물리치고 스스로 멸망하는 자, 혼군은 치평(治平)을 이룩해 보려는 뜻은 있으나, 간사한 자를 분별하는 재능과 총명이 없어 점점 패망하게 되는 자. 용군은 나약하여 뜻이 확립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여 정치력을 발휘 못해, 날로 쇠약해져가는 자를 말함이라고 했다. ‘무도’는 도(道)가 없어지면 구심점이 없이 우왕좌왕하며 언로가 막혀 백성들의 소리를 경청하지 못하고, 군주와 백성이 서로 소통하지 못해 원성만 높아진다. 모름지기 군주는 반드시 올곧고 정도(正道)를 가야하며 모든 것을 오직 백성의 편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일컫는 혼군과 용군,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천하무도의 무도를 합친, 혼용무도의 씁쓸한 한해를 보내면서, 내년에는 희희낙락(喜喜樂樂), 모두가 기쁘고 즐겁고 신명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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