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2015년 고려대장경 판각성지 학술토론회 ‘고려대장경 판각의 비밀을 풀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고려대장경 남해판각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유의미한 행사가 됐다. 반면 이번 토론회는 더 이상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할 수 있는 유물 발굴’ 정도로는 대장경 남해판각에 대한 이견을 완전히 종식시킬수도,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힘들다는 결론과 함께 ‘대장경 판각에 직접 사용됐던 확증 발굴’이라는 지상과제가 던져진 행사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라는 민간단체가 지난 7월 발족,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여년 간 이어진 고려대장경 발굴의 추진력을 이어감은 물론 남해군 민·관의 응집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청신호’라고 볼 수 있다.
남해군은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 망덕사지, 안타골 유적, 남치리 고려분묘군 등 고현면 일대 여러 곳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해왔고 그 결과 기존 정설이던 고려대장경 강화 선원사지 판각설을 뒤집을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려대장경 강화 선원사지 판각설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강화와 남해에서 절반씩 조성했다’며 40년 묵은 자신의 가설을 수정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아직까지 남해군의 고려대장경을 부활시키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 대장경 남해판각을 확신할 만한 물증이 나오지는 않은 이유일 것이다.
이에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는 남해군과 함께 지금까지 연구결과 및 논문과 발굴자료를 집대성, 2016년 여름께 고려대장경 남해판각을 입증하는 책자를 만들어낼 예정이며 이후 경상남도와 중앙부처에 지금까지 발굴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고현면 일대의 대대적인 발굴작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중앙정부에서는 반대로 “대장경 발굴작업에 국비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대장경의 남해판각을 확증할 유적발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적 불교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고려대장경 판각 유물발굴 작업은 지자체와 민간의 몫이 아닌 중앙정부의 몫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발굴된 자료만으로도 최소한 대장경의 일부 남해판각은 학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만큼 고려대장경 발굴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소모적인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대상이 아니다.
또한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의 노력과 함께 남해군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책자발간 및 고현면 일대 발굴조사 예산 지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를 통해 고려대장경 판각에 사용됐던 조각칼이나 대장경 판각에 투입된 일군들의 집단 거주지 등 확증적 유물이 발굴된다면 남해군 스스로의 힘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설득력을 갖출 수 있고 더 나아가 별다른 예산반영 없이 겉돌고 있는 동서기록문화교류단지 조성사업의 활성화를 이끄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제 남해군은 지금까지 20여년 간 이어온 수고와 노력을 좀 더 강화해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및 정치권과 함께 대장경 남해판각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묘목을 심고 수 십년간 인내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실생목 유자처럼 ‘세계적 불교성지 남해’라는 결실을 수확할 날이 멀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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