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의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15년에 전국 최다(最多)인 5개의 국가공모사업에 선정돼 전국 10위권의 문화원으로 선정된 남해문화원의 예산이 2015년도의 1억4천만원에서 64%(9천만원)가 삭감되어 5천만원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며칠 전에 제1회 고교생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예술고등학교를 포함한 전국 20여개 참가팀중에서 일반계고등학교로서는 유일하게 3위를 차지한 남해제일고 뮤지컬 ‘김만중’도 5개의 국가공모사업 중 하나고, 내년에는 경남도와 협력하여 예산을 더 확충함으로써 전국 최고의 청소년 콘텐츠로 성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준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상식을 완전 뒤집은 남해군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크게 화가 난 남해문화원은 ‘문화테러’, ‘문화원 말살정책’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요지는 이렇다.
“남해문화원에서 18년 동안 이어져 오는 문화학교 13개반과 합창단, 무용단 등의 예산을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완전 삭감(예산 0원)한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공적기관인 남해문화원을 말살하는 것이다. 만약 예산이 문제라고 한다면, 사설단체인 남해군취타대에 8천2백만원(1회 공연료 2백만원)을 지원하는 등의 낭비요인을 제거하면 될 것이다. 더군다나 2명뿐인 상근직을 1명으로 감원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남해문화체육센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남해문화원이 ‘작은 영화관’을 위탁운영 하겠다. 업무적 효율성이 증대되고, 고용예정인원인 7명보다 적은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하기에 여기서 절감되는 비용을 문화원 예산으로 사용한다면 남해군의 재정부담도 없을 것이다. 남해문화원이 2016년에 전국 최고의 문화원이 되지 못한다면 그 때는 예산삭감을 수용하겠다. 그리고 무보수로 공모사업 기획을 전담했던 (문준홍 총괄기획이사가 남해군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면) 총괄기획이사라는 직함을 없애겠다”.
혹자는 기계적인 논리로 쌍방의 의사소통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해문화원은 공식적인 이사회를 거쳐서 수차례 남해군수에게 면담요청을 했었다. 물론 결과는 ‘불통’이었고, 대답 대신 날아온 것은 ‘문화원 해체’를 의미할 수 있는 대규모의 예산삭감이었다.
예산이란 말 그대로 돈이다. 과연 누구의 돈인가? 남해군수의 돈이 아니라 남해군민의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이란 남해군민을 위한 정책에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남해군의 독선적인 예산삭감은 남해군민을 배신(背信)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해문화원이 각종 공모사업에서 국가의 예산을 끌어오고, 군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하면 변할수록 남해군민의 이익은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해군은 부채 제로(zero)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지자체는 인위적인 숫자보다는 정책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기에 이는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의 발목을 잡게 될 지도 모른다. 역으로 말하면 건전한 재정적자는 열심히 일하는 지자체의 훈장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남해군이 진정으로 ‘남해군민의 돈’인 예산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운용하고자 한다면 예산삭감의 대상과 절차 그리고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가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남해문화원의 2명 뿐인 직원은 특별한 대가도 없이 저녁에도 일하고 심지어 휴일조차 반납하고 전국을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했다. 왜 그들의 직업이 없어져야 하는가?
남해문화원은 전국 1위의 문화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전국 최다인 5개의 국가사업에 선정되었고, 후속 사업을 통하여 더 많은 예산을 남해군으로 끌어오기 위한 기획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왜 남해군민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공공기관이 예산삭감 64%라는 철퇴를 맞아야 하는 것인가?
인근 하동군은 예산편성에 하동군민을 참여시켜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한다. 반면 ‘남해군민의 사랑방’인 남해문화원은 왜 아무런 사전협의나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삭감을 당해야 했을까? 문화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아무런 반발을 할 수 없을 것이고 남해군에서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남해군의 관계자는 무슨 생각으로 문화단체를 ‘직영’한다고 얘기할까? 개성과 창의성이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하는 문화예술의 영역에서도 자기의 목소리만을 내세우고 싶어서 일까? 아니면 문화예술이란 것이 군대처럼 말 한마디로 다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혹시나 자신이 남해군민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남해군의 10월말 인구는 45,970명이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총 3499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여 인간존중 맞춤형 복지행정과 군민이 감동하는 선진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독선적인 예산운용으로 인간이 존중받고 군민이 감동하는 행정을 이룰 수 있을까? 그래서 과연 남해군의 인구수가 5만명을 넘길 수 있을까?
물을 마실 때는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음수사원, 飮水思源). 남해군수의 권력은 당연히 남해군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본인의 이익만을 위하여 남해군민의 재산인 예산을 가지고 독선적인 칼질을 한다면 반드시 남해군민의 정당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남해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문준홍 남해문화원 총괄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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