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더 넓은 세상과 교류…“스마트폰이 내 농기구”

2015 전국강소농대전 농산물전자상거래확산 우수농업인에 선정돼 농촌진흥청장 표창을 수상한 박동심 씨를 만난 것은 지난 19일.
박 씨가 이번 강소농대전에서 수상한 분야는 농산물전자상거래 확산부문. 박 씨는 지난 20년여간 연구한 끝에 우리 조상들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낸 죽염제품을 기반으로 콩, 참다래, 죽염이 첨가된 장류, 액젓 등 자신이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을 인터넷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홍보하고 판매한다. 내일 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박 씨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다루는 솜씨는 젊은이들의 재주 못지 않게 제법 능숙하다.
박동심 씨는 “두 번의 대통령 표창과 세 번의 도지사 표창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유인즉 이 상이야 말로 오로지 그녀의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녀가 처음 전자상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남해건강마을이라는 사업장 문을 열고 난 뒤 업체 홈페이지를 개설해 관리해 오긴 했으나 그때까지는 제품설명과 홍보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들어오는 제품 주문만 체크하던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남해군 강소농 e-비즈니스 교육을 접할 기회가 생겼고, 십 수년전부터 이어온 생활개선회 활동 당시부터 소문날 정도로 교육이나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던 그녀의 근성이 이 교육에서도 빛을 발했다.


배우고픈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녀의 걸음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도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하게 되면 ‘공부’까지 해야 할 정도라는데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그녀가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이 어찌 쉬웠으랴.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실습해 보려면 높다란 벽 앞에 선 기분이었다. 외지에 나가 사는 아들, 며느리, 딸, 사위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돌아오는 것은 “그거까지 해서 뭐하려고”, “엄마는 하기 힘들어요” 등의 답이다. 길을 가는 중고등학생…생면부지의 젊은 사람이건 누구든 붙잡고 모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물어야 했다. 남편도 처음부터 박 씨의 우군이 되지는 못했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하고 저녁에 나가 밤까지 교육받고 돌아오는 아내를 못마땅해 하는 남편 때문에 처음 몇 년간은 서로 마음 상하는 일도 잦았다. “엄마는 하기 힘들어요”라는 무시와 남편의 박대(?)가 오히려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남몰래 눈물도 훔쳐내가며 고생해 배운 끝에 블로그나 SNS 활용이 손에 익고 전국의 유명 전문강사들의 코치를 받아가며 블로그에 자신이 생산한 제품과 농산물을 홍보하기 시작하자 금새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블로그글을 이웃 블로거들이 퍼나르기 시작했고 4천명이 넘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고객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글을 날라 홍보대사역할을 해 준 것도 이들이다. 최근에는 저장이 어려워 수확후 바로 팔아야 하는 골드키위를 블로그와 SNS에 올려 ‘완판’(완전히 판매했다는 뜻의 줄임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순히 블로그나 SNS만 잘 한다고 모든 제품이 잘 팔리지는 않는 법. 나름의 전략이 있다.  그녀의 마케팅 전략을 요약하자면 ‘일상 속에 묻어나는 자연스런 홍보’다. 유황마늘을 심는 일, 액젓을 담는 일, 참다래나 유자 따는 일, 죽염을 굽는 과정 등 그녀의 일상을 기록한 글이 자연스레 고객의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구매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주문한 제품에는 늘 덤이 하나씩은 포함된다. 그 덤이 때로는 고객들의 구매 후기로 이어지고 또 재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단순히 홍보를 위한 글이 아닌 자신의 일기를 쓰듯 일상을 기록하면서 그 사이사이 제품에 대한 소개도 곁들어진다. 골드키위를 맛나게 먹는 손녀의 모습을 블로그에 올리면 다음날 할아버지, 할머니 고객들의 주문이 늘어나는 식이다.
“스마트폰이 자신의 농기구”라며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이는 그녀. 생활개선회와 강소농회에서 받은 교육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는 그녀. 좀 더 많은 교육으로 더 많은 농업인들이 혜택을 보기 바란다는 그녀.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전국의 블로그·SNS 선생님들, 글을 퍼 날라준 SNS 친구들 탓에 너무나 값진 상을 받게 됐다는 그녀.
오늘도 그녀는 새벽 이른 시간 한 평 남짓한 컴퓨터 책상 앞에서 남들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첫 일과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과 함께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일이다.
남해군 삼동면의 산골짜기에서 ‘농사짓던 아줌마’ 박동심 씨는 ‘죽염된장녀’라는 닉네임으로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죽염된장녀’라는 그녀의 닉네임이 ‘남해농산물 완판녀’로 바뀔 때까지 그녀의 노력과 열정이 꾸준하기를 기대하며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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