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조심하고 행동은 바르게 하라’, ‘말을 먼저 내세우지 말고 행동을 민첩하게 하라’는 말로 세상의 많은 분쟁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공자는 말의 속도를 조절하여 허풍쟁이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논어 이인(里仁)편에 ‘군자는 말은 더듬는 듯 조심하지만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뜻으로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고, 지키지 못할 말은 아예 하지를 말라’고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언행일치(言行一致) 즉,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를 바라지만 그 둘 사이에는 뛰어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약속, 계약, 규약, 조약 등과 같이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규제 장치가 많다. 말대로만 실천하면 이 세상에 다툼은 없을 것이고 각종 약속에 담긴 말들이 실현되었다면 현실의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속을 했음에도 지키지 않아 온갖 말썽이 생기고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말로 인한 싸움이 생겨나가도 한다. 분명 말을 할 때는 ‘실천 하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인데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하니 우스운 일이 아닌가. 공자가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걱정하고 둘의 일치를 강조한 데에는 또 다른 맥락이 있었는데 공자는 ‘말이 곧 행동이다’라고 생각해 왔다. 즉 결혼식에서 신부와 신랑이 ‘상대와 배려하며 잘 살겠다’라고 서약할 때, 앞으로 그렇게 살겠노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그렇게 사는 것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로 약속을 하면 얼마 뒤에 그대로 되리라 믿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람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무너지게 된다. 
특히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공약(公約)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고 나면 공약을 지키려고 애쓰기도 하겠지만 별다른 해명과 사과 없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공약(空約)이 돼 버리고 만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정치를 불신하게 되며 으레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낙인찍기도 한다. 세상이 너무 변화무쌍하여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스럽지만 ‘눌언민행’의 가르침이 우리 사회의 표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긍정적 변화를 역설하는 만델라의 말은 다른 사람의 말보다 감동을 준다. 수사적(修辭的)표현이 아니라 언행일치로 살아 왔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말은 원래 빠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도를 늦추고, 행동은 원래 느린 특성이 있으므로, 그 속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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