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과 문화원간의 갈등이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나는 듯한 형국이다.
지면을 할애하는 것도 아까울 정도의 사소한 양 기관간의 시비 공방부터 문화원 사무국장과 남해군 담당팀장의 폭행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예산을 둘러싼 공방까지 빚어지고 있다.
포문을 여는 측은 늘 문화원이다. 문화원은 그간 남해군과 빚고 있는 갈등을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어 늘 비판과 불만을 성토해 오고 있고 남해군은 늘 문화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식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고 서로 메아리 없는 주장만 내지르고 있는 형태다. 자연히 군민들은 양 기관의 이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다 지금은 피로감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양 기관의 갈등과 논란의 핵심은 늘 이들 주장의 외피만 둘러싸고 있을 뿐 실제 이 갈등의 원인을 정치적 관계에서 찾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박영일 군수가 남해문화원 문준홍 이사의 활동을 견제하고 차기 선거에서의 경쟁 구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의 행정적 조치”로 이번 예산삭감 사안을 보는 시각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는 내년도 남해군 예산편성에서 남해문화원의 예산이 64%가 삭감된 팩트를 두고 설전이 오간다. 이번 예산삭감이 ‘문화원을 말살하려는 책동’이라고 주장하는 문화원과 재정 건전화 및 채무 제로화를 위한 전반적 보조금 예산의 삭감기조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며 문화관련 정책의 수혜 범위 확산과 내실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남해군의 주장이 또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먼저 문화원은 남해군의 예산삭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작은영화관의 문화원 위탁운영 등 3대 제안을 내놓았다. 군의 대폭적인 예산삭감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문화원 사업에 대한 언급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지만 작은 영화관 위탁운영이라는 제안은 문화원 예산 삭감의 동정여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더해 문화원 예산삭감 후 반영된 문화관련 정책예산에 대한 비판에 회견의 중심을 가져가며 이후 월권에 가까운 주장이라는 세간의 평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문화원도 너무 나갔다.
더욱 웃지 못할 촌극은 이어진 남해군의 대응이다. 문화원 기자회견에서 주장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남해군의 공식 반박보도자료의 내용을 훑어보면 일면 논리를 갖춘 듯 하나 문화원 예산을 삭감해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문화관련 정책의 구체성은 찾기 힘들고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한 수사(修辭)로만 가득 차 있다. 신선하지도 않다.
오히려 문화원의 월권에 가까운 주장을 지적해 내지도 못하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데만 급급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문화원의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군민의 공감을 얻기에는 남해군의 논리가 너무나 엉성하다.
갈등을 봉합하려는 남해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문화원 주장에 이끌려 다니는 남해군의 모습이 더욱 실망스러운 이유다. 남해군은 문화분야 뿐만 아니라 남해군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행정을 구현하는 기관이다. 예산 또한 마찬가지다. 남해군이 재정건전화 기조 속에서 문화원에 지원하던 예산을 삭감했다면 이 삭감된 예산으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명확히 쓰겠다는 계획이 함께 나와야 한다.
‘달을 가리키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보더라는 식’의 남해군과 남해문화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양 기관의 갈등에 군민만 피곤하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