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시멘트 틈 사이에 뜨거웠던 한 철을 지내고 힘겹게 자란 생명이 있다.
씨앗은 언제 그 틈을 비집고 제 몸을 뉘었는지 모르지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제 몸을 빨갛게 만들어 그 앞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맨다.
씨앗이 몸을 뉘인 곳 주변의 상인들도 아침이면 이 끈질긴 그리고 고귀한 생명을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연다.

씨앗이 타고 온 바람.
사시[巳時]부터 오시[午時]까지 쬘 수 있었던 따뜻한 햇살.
콘크리트의 뜨거웠던 열기.
그 앞을 지나는 행인들의 애정어린 관심.

고귀한 생명이 성장하는 방법,
기다리다...
/글·사진 류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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