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평장 넘어 자연장지 개발 등 장사시책 진화 시도

남해군 선진장사행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남해추모누리와 공원묘역 전경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도별 화장(火葬)률 통계에서 남해군의 화장률이 경남 통영시(95.2%), 경기 안산시(94.5%)에 이은 94.3%를 기록, 전국 3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15년 역사의 남해군 선진장사행정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먼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도별 화장률 통계를 살펴보면 화장률 90% 이상인 지자체는 남해군을 포함한 전국 11개 시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경남은 통영시와 남해군을 비롯해 사천시(93.5%), 김해시(92.6%), 진주시(92.3%) 등 5개 지역이 전국 화장률 90% 이상 11개 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별로 조사·발표된 이번 통계에 따르면 17개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부산이 90.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89.4%), 울산(86.6%)에 이어 경남이 86.0%를 기록했다.

 

▶전국 화장률 현황은?
94.3%의 높은 남해군 화장률에 대한 자세한 해설에 앞서 이번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를 좀 더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화장률은 79.2%로 5명 중 4명이 화장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 2013년 76.9%보다 2.3%가 높아졌고, 20년 전인 1994년의 20.5%와 비교하면 4배 가량 높아진 수치다.
성별 화장률은 남성이 80.7%, 여성이 77.4%로 남성의 화장률이 좀 더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99.3%로 가장 높고, 60대 미만의 화장률은 93.9%인 반면, 60대 이상은 7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5년 화장률이 매장률을 넘어선 이후 연 평균 약 3% 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8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뒤 서울·경기 등 화장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장례문화 변화에 맞춰 친자연적 장례를 확산시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남해군 장사문화 재조명 계기
보건복지부의 이번 발표로 인해 남해군의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선진장사(葬事)행정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남해군은 섬 지역이라는 지리·환경적 여건과 도로변을 기점으로 많은 묘지들이 산재해 있고 무분별한 불법 묘지로 인해 지역 개발과 지역의 관광이미지 저하가 우려되자 기존의 매장 위주의 장사문화를 화장으로 유도하고 군민들의 장사문화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사행정을 추진해 왔다.
도입 당시에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정서 탓에 군내 노인층을 비롯한 일반 군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심했지만 남해군에 장사행정 전담부서가 신설되고 불법묘지 근절시책 추진과 더불어 공설묘원 조성, 봉안평장제 도입, 장례식장과 공설화장시설 등 장례 절차에 따른 원스톱 장사시스템 등을 구축·시행하면서 현재는 화장률 90%를 상회하는 제도 안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연 평균 30여회 이상 남해군의 선진장사행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나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발길이 남해군으로 향하는 것에서도 입증된다.

 

▲지난해만 646기 화장, 개장기수는 연 평균 2천건 상회
남해군의 선진 장사행정에 쏠린 대외적 관심도 주목되는 부분이지만 2001년 이후 본격적인 장사행정시스템이 추진된 뒤 화장문화에 대한 군민 인식도 점차 향상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남해군 주민복지실 선진장사팀이 관련 통계를 자체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군내 화장시설을 이용한 직접기수 현황은 20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646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소위 이장(移葬)으로 일컬어지는 개장기수다. 같은 남해군 집계자료에 따르면 연 평균 2000건이 상회하는 개장기수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윤달 등 개장수요가 많은 해에는 집계기간 약 10년 중 연 평균의 2배를 넘는 4000기~4800기 정도가 개장될 정도로 군민들의 선진장사문화 동참율이 높았다.
군에 따르면 2001년 장사법 시행 이전 9%의 군내 화장률은 화장시설 준공과 더불어 2006년말 43%로 증가했고 2009년 70%, 지난해 94%로 급격히 증가했다. 군은 이같은 화장문화의 확산은 납골평장시책 정착과 더불어 변화된 군민인식으로 새로운 장사행정이 안정적 정착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원스톱장사시스템 구축, 진화하는 남해군의 장사행정
1997년 김두관 군수 재임 시기, 첫 삽을 뜬 뒤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남해추모누리는 남해군 선진장사행정을 대표하는 사실상의 랜드마크다. 공설묘역과 화장시설, 장례식장 등 시설을 갖춰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현재 1450기의 매장묘역과 봉안당(안락원), 2004년부터 가족·문중단위 봉안평장묘역을 조성해 2000여기가 넘는 대규모 묘역시설을 갖추게 됐다. 또 이와 더불어 군은 화장장려금과 개장장려금을 지급해 오기도 했다.
남해군은 이같은 시설과 함께 장례의 모든 절차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장사시스템을 구축해 주민불편 해소는 물론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현재도 화장시설 설치 문제로 온갖 불협화음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선진장사행정 1번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남해군의 장사행정은 현재도 진화하는 중이다.
남해군은 현재 포화상태에 놓인 봉안평장묘역 조성을 넘어 수목장과 공동묘지 공원화 사업 등 자연장 공동묘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평현자연장지 조성사업을 필두로 현재 삼정개, 남면광역자연장지 등 3개소의 자연장지 조성사업이 마무리됐고 현재는 삼동 지족과 고현 녹두산 자연장지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다.
또 군은 현재 운용된지 20년이 가까운 남해추모누리내 화장시설 화장로 개보수와 봉안당(안락원) 리모델링을 통해 군민들의 이용 편의를 도모하고 부족한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시설만으로는 확산 증가되는 화장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장례 편의성 제고를 위한 시설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사문화는 남해가 이끈다’는 대외적 명성을 얻고 있는 남해군의 선진장사행정. ‘선진장사 1번지, 남해’의 위상이 오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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