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대화합의 축제인 제25회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가 3일간 뜨거운 군민들의 열정을 보여주고 그 막을 내렸다.
그간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는 고향 남해를 공통분모로 한 50만 내외 군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이자 추수를 마친 뒤 그간 구슬땀을 흘린 우리 군민들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띠어왔다.
바쁜 일손을 잠시 거두고 각자 자신의 읍면을 대표하는 지역 특성이 반영된 가장행렬을 함께 준비하고 한 목소리로 자기 동네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일은 ‘화합’이라는 추상적인 명제를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음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또 고령화된 지역사회 특성상 마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 끼 식사나마 부족함 없이 서로 나누는 모습에서는 도시의 각박한 세태와는 달리 아직 훈훈한 우리 고장의 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전반적인 호평 속에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는 막을 내리긴 했으나 좀 더 발전된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의 변화를 위해 몇 가지 사항은 지적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남해군은 이미 십 수년여 전부터 지자체로서는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1세대 지자체로 지위를 구가해 왔고 이를 통해 상당한 체육시설을 갖춰왔다. 막대한 예산이 체육시설을 갖추는데 투입됐고 이같은 예산 집행의 근거는 군민들의 높은 체육분야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군민의 날 주요행사에서도 공연이나 개회식 가장행렬 등을 제외하고 가장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 체육행사인 것도 이같은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이유다.
그러나 ‘화전문화제’라는 행사가 함께 열리는 상황에서 과도한 체육행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편중될 경우, 이 행사가 더 높게 비상할 수 있는 중요한 날개 한 쪽이 꺾이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종합시상제가 존속하는 한 체육은 각 지역간 경쟁심리를 기반으로 읍면 관계자들이나 일반 군민 다수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다수 프로그램을 각 실과소단에 배정해 직접 운영하면서 진행의 매끄러움은 더해졌을지 모르나 민간역량이 결부되지 않으면 제 효과를 낼 수 없는 문화에 대한 배려는 단순히 행사를 앞두고 문화예술단체들에 대한 단순한 예산지원과 참가 독려로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체육행사의 종합시상제는 매번 존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군민의 날 체육행사가 전문 엘리트 체육경기보다는 군내 동호인간 경쟁을 기반에 둔 생활체육의 영역에 더욱 가깝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이미 생활체육대축전 등에서는 종합시상제를 폐지하고 각 종목별 시상으로 경쟁과 대결보다 화합과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체육종목에 쏠린 지역민들의 관심이 분산되지 않는 이상 ‘화전문화제’의 위축과 소외감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한때 지역에서 개최되는 문화제가 ‘전시성 행정’의 표상인 듯 부정적으로 해석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제는 학술적이고 일반론적 정의를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공동체의 역사성과 지향성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사례다.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가 우리 고장의 역사성과 지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격년제로 열리는 군민 위안잔치의 답습을 한 단계 뛰어넘어 우리 고장의 정체성과 이 곳에 뿌리를 내딛고 사는 이들의 삶을 투영하는 차원의 대승적 축제의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오래도록 이어져 온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화전문화제가 그 가치들이 빛을 발하는 무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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