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의’ 이유로 ‘선거구·유권자 챙기기’ 냄새 폴폴…
의장 1회당 30만원 이상 지출 상당분 동생 식당 이용
<남해신문>이 지난 5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입수한 남해군의회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보면, 업무추진비 중 상당액, 상임위원회의 경우 거의 전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업무추진비 금액을 ‘밥값’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7대 남해군의회 출범 후 업무추진비 집행이 가능한 의장과 부의장, 의회운영위원회 등 총 3개 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총액은 약 6902만원으로 이중 ‘밥값’만 6109만원이었다.
▲월 집행한도 초과도 비일비재, 부의장은 7회나 초과 집행
남해군의회를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지자체와 동일하게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집행되고 관리된다.
그간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는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준용해 왔으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이 방만해지고 의정활동과 무관한 사적사용 남발 등 불투명하게 집행 관리돼 예산낭비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올해 4월 지방의회 의장 등 업무추진비 관련 규칙이 개정됐다.
이와 더불어 남해군의회 등 지방의회는 의회운영공통경비 외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의정활동 및 직무수행관련 제경비를 업무추진비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기준에 따라 시도지사 업무추진비의 연간 집행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남해군의회의 경우 의장은 편성된 예산을 12개월로 나눠 월 231만원, 부의장은 월 115만원, 상임위원장은 월 75만원을 의정활동 및 직무수행과 관련해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월 사용액은 연간 총액 한도는 편성된 예산범위로 제한돼 있지만 월정액의 개념은 아니어서 연간 총액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면 총액 범위내에서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남해군의회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본 결과 총액을 12개월로 나눠 월별 업무추진비 집행한도로 상정된 금액을 훨씬 초과해 집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의회 박광동 의장의 경우 2014년도 7월과 9월 등 2회에 걸쳐 월 231만원으로 책정된 금액을 최대 17만원 가량 초과해 집행했으며, 부의장의 경우 2014년 9월과 12월 등 2회, 2015년 2월, 4월, 5월, 7월, 9월 등 총 5회에 걸쳐 월 115만원을 초과해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상임위원장의 경우는 임시회와 월례회 회기 중 소관 상임위 의원들의 오찬 및 만찬 등을 이유로 소폭 집행액이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월 75만원의 집행한도를 초과한 사례는 드물었다.
▲의장 업무추진비 중 고액 집행내역은 친동생 식당에서?
또 업무추진비 관련 제반 규정을 살펴보면 지방의회 의원은 업무추진비 사용시 액수와 상관없이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을 증빙서류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특히 업무추진비를 50만원 이상 집행할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다.
남해군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내역에 따르면 1인당 4만원의 초과한도를 넘는 집행내역이나 1회 50만원 이상 상대방을 기재하여야 할 조건에 부합되는 건은 하나도 없었으나 계획인원 대비 집행액이 들쑥날쑥한 30만원 이상의 고액의 식사비가 지출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박광동 의장의 집행내역에서 눈에 많이 띄었다.
남해군의회 박광동 의장은 7대 의회 개원 후 자신이 지출한 업무추진비 총액은 2705만원으로 이중 식사비용이 2239만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30만원 이상의 고액의 업무추진비가 지출된 내역을 살펴보면 박 의장의 친동생이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식당에서 주로 집행됐다. 박 의장은 2014년 7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지출한 업무추진비 중 식사비용 1154만원 중 464만원여를 이 식당에서 지출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식사비 지출 중 40%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이 식당에서 집행된 금액이나 빈도는 낮아졌으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40만원이 집행됐고, 전체 53회의 만찬 및 오찬 일정 중 10회를 이 식당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장은 이같은 집행내역에 대해 “인지상정이라고 다른 곳보다는 자주 찾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한 뒤 “일정에 따라 다른 곳들도 이용하는데 혹여 논란이 있을까 해서 올해는 돌아가면서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박 의장의 집행내역에 대해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역이다보니 예약이나 부탁을 하기 편한 곳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으나, 최근 부산시 동래구의회와 사상구의회 등에서 의원의 아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해 논란이 된 사례를 살펴보면 박 의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보는 군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협의 이유로 선거구, 지역주민 챙기기
비단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집행에서만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권한이 있는 상임위원장도 전체 업무추진비의 90% 이상을 식비로 지출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자신의 지역구에 편중돼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의정협의라는 이유로 사실상 업무추진비를 선거구 관리나 지역주민 챙기기에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의회내에서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이지만 동시에 각 지역구 의원인 만큼 자신의 선거구와 관련된 지역현안 등을 협의하는 사례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일반 의원에 비해 공식일정이나 내빈 초청 등 공식일정이 많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회기가 아닌 기간이나 의회 공식일정이 없는 경우에 집행된 경우도 왕왕 눈에 띄었으나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의 경우는 임시회나 정례회 회기와 업무추진비 사용일자가 겹치는 등 의정활동을 위한 업무추진비 집행이 비교적 건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