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해군에서 살면서 한평생 의류 판매업을 하고 있는 평범하기 평범한 한명의 군민입니다.
남해에서 의류업을 하기에 점포에서 판매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로 자주 왕래가 있는데 최근 서울과 남해를 오가는 교통수단인 시외버스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수치스러웠던 일이 다른 군민과 승객들에게 피해가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신문을 통해 몇 글자 적어 봅니다.
어느 때처럼 도매시장으로 옷을 떼러가기 위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하루 전 날 남해에서 서울로 올라가 새벽에 일을 마무리하고, 남해로 향하는 첫 차를 탈 때였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차표를 구매하고, 옷이 담긴 3~4개의 박스를 싣기 위해 터미널에 정차해 있는 남해행 버스로 향했습니다.
매달 많으면 3회 정도 5년간 이어온 서울-남해 간 이동에 늘 그래왔듯 출발 전에 짐을 실으려고 버스기사님에게 짐칸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망치를 머리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짐칸을 열어달라는 말에 기사분은 “짐이 많으냐, 화물차 타러왔냐?”고 짜증과 비아냥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순간 상상조차 못한 반응에 내가 잘못한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화물) 짐 값을 드려야하나요?”라고 물었고, 버스기사는 “줘야한다”고 말해 더 혼란스럽고 마치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어 그동안 버스를 이용하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며, 승차표를 구매하면 짐을 싣을 수 있는 것 아닌지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명 끝에 버스기사의 “그럼 실으세요, 서울-남해간 버스에서 아줌마 짐 많이 싣는 여자라고 유명해요. 짐 많이 실으면서 버스기사에게 커피 한잔 살 줄 모르는 사람이다”이란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수치스럽고, 화가 났습니다.
고생하는 버스기사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버스이용자로서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 될 수 있겠지만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동안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런 정보를 알려준 것 없이 사람을 판단했다는 것에 많이 속상합니다.
직접 사전에 안내를 해줬다면 돈을 안내고 버틸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버스를 이용할 때면 기사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일하는 저의 모습이 그렇게 비춰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특히나 버스기사와 승객 이전에 같은 남해라는 고향에 함께 사는 군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듣고 난 뒤에는 몇 일간 서글픈 마음에 잠자리에 누울 때 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주변에서 남해에서는 시외버스노선업체가 단독으로 운영되어서 인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정당하게 표를 구매하고도 제대로 된 정보 안내도 없이 사람을 무시하고, 험담하는 경험을 직접 하고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습니다.
몇 일전, 민족 대명절 추석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전국 각지에서 고향 남해를 찾은 향우분들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날 때면 부모님이 챙겨주시는 갖가지 음식과 짐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저와 같은 일로 고향 땅 남해에서 맞는 즐거운 명절의 마지막이 씁쓸함이 남진 않았을지 걱정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버스에서 승객보다 갑의 위치에 있고 싶어 하는 버스기사분의 인식이 변화되고, 승객들이 알아야할 정보가 있다면 정확하게 제공되는 안전하고, 친절한 버스가 남해군을 비롯한 시외로 운행되길 기원해봅니다.
/익명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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