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꾸준한 관심이 시장을 살린다!

시장을 중심으로 한 연계관광상품 발굴 노력 이어져야

사진은 각 상인의 사진이 담긴 간판을 내건 천막점포 모습과 시장 내 쉼터 모습

  글 싣는 순서

①상인이 안 바뀌면 시장은 안 바뀐다

②지자체의 지속적 관심이 전통시장 살린다

③관광객 지갑, 킬러콘텐츠가 연다

 

 

 

남해읍전통시장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선정된 후 7월 남해읍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을 발족하며 문광형시장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문광형시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대답보다는 “글쎄?” 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무래도 1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장 발전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1년간 문광형시장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성과가 없는 듯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능동적인 사업참여와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이 문광형시장 사업 성공의 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본지는 사업 1년을 넘는 시점에서 남해읍문화관광형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과제를 발굴해 봤다.<편집자 註>

 

 

 

▲지자체·기업·시장의 ‘협화음’, 봉평시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시장은 15980㎡ 대지에 144개 점포(건물연면적 5156㎡)가 조성돼 있으며 자영업 154명 임대 33명 등 194명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봉평시장은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이미 진행한 현대화사업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각 상인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전통의 모습에 가깝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평창군은 전통시장의 장점은 살리며 소비자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시장활성화 사업을 모색한다.

바로 2013년 현대카드와 함께 추진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다.

‘봉평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2013년 10월 시작해 2014년 6월까지 이어졌으며 현대카드가 3억7500만원, 평창군 및 강원도 3억5000만원 등 총 7억2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두 기업과 지자체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비가림시설과 상품 진열용 캐노피 디자인을 표준화했으며 가게별로 주인 사진이 들어간 미니 간판과 명함을 제작하는 등 봉평장 만의 아기자기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지역특산물 메밀을 이용한 메밀피자와 메밀 씨앗호떡, 메밀볶음 우동 등 1인용 먹거리 식재료를 개발했으며 시장안내를 위한 광장과 쉼터를 마련, 도시 관광객들이 시골장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 내 쉼터는 지역민들에게는 지역성과 전통성을 간직한 소통의 장소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의 협조에 상인들의 능동적인 사업참여도 사업에 힘을 더했다. 상인들은 사업시작과 함께 스스로 먹거리메뉴를 개발하고 각종 교육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사업효과 극대화를 위해 보조를 맞춰나갔다.

그 결과 현재 봉평시장은 시장 상인회 추정 일일 방문객 증가율이 30%에 이르며, 매출액도 20%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사업이 유명세를 타면서 시장 유동인구는 2.5배 상승했고 13개 점포가 입점대기상태에 있을 정도로 주민들에게 봉평시장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봉평시장 김형일 상인회장은 “현대카드 제휴사업 이전 하루 50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지금은 650여명으로 늘었다. 자신의 얼굴이 담긴 명함과 간판을 내걸며 상품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고 소득까지 높아지며 장사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달라졌다. 담당공무원들도 고생이 많았다. 군청부터 시장까지 40분 거리를 악천후 속에서도 수시로 오가며 업무협조를 이어갔고 이에 상인들의 군정 신뢰도도 많이 높아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봉평시장은 올해부터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을 시작,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추진력을 이어갈 생각이다. 봉평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은 시장을 포함한 연계관광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평창군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소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작가인 이효석 문학관과 봉평시장을 포함한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읍시 핵심사업 ‘샘고을시장 살리기’

전북 정읍시 시기도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은 1914년 처음 문을 연 100년 전통의 시장이다. 1978년 현대화사업을 거치면서 지금의 시장 형태를 갖춰 현재 2만1458㎡ 부지에 300여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샘고을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을 추진중이던 지난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대한민국 우수시장으로 인증 받았으며 2014년에는 전국 우수시장박람회에서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 중 최우수시장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또한 교육출판 전문기업인 ‘지학사’에서 발행한 고교 한국지리 교과서에 대구 서문시장, 옥천 우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소개되면서 ‘대한민국 가보아야 할 전통시장’에도 선정됐다.

샘고을시장의 이같은 성과는 김생기 정읍시장과 정읍시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시장 공약사업 및 핵심사업’으로 선정,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정읍시는 지난 2002년부터 샘고을시장 현대화사업을 진행, 아케이드와 공중화장실, 대형 주차장, 광장 조성사업 등 2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한 예산이 투입됐다면 ‘이제 됐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만 정읍시는 시장사랑 행보를 이어갔고 문화관광형시장 사업과 맞물려 상당한 성과를 냈다.

정읍시는 지난 2011년 전북은행과 협약을 통해 ‘전통시장 사랑카드’를 전국 최초로 도입, 약 3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전북은행은 장보기행사로 구매한 물품을 노인복지센터 등에 기증하며 전통시장 살리기와 소외이웃돕기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또한 정읍시내 35개 기관단체 및 기업체와 협약을 통해 ‘전통시장 가는 날’을 운영, 매월 1회 전 공무원과 기관단체 임직원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열며 전통시장 이용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어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을 통해 ‘한복(주단)거리 특화사업’, ‘어린이 시장경제교실’, ‘1가구 1상가 일촌맺기’, ‘먹거리부스 백년의 가게’ 등을 추진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샘고을시장은 재래시장 중 드물게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샘고을시장은 지난 2014년 점포당 1일 평균 방문객 22명, 매출액은 37만원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과거보다 최소 20%이상 늘어난 것이다.

샘고을시장 고광호 상인회장은 “현재 정읍시에는 전통시장을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조직돼 있을 정도로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생기 정읍시장 본인이 거의 매일 자전거로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 시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시 예산으로 별도의 청년야시장을 개설·운영해 시장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읍시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시장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샘고을시장은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그 이후가 기대되는 전통시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남해군과 남해읍시장, 샘고을시장 거울삼아야

앞서 소개한 봉평시장과 샘고을시장은 모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지자체 노력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이 가운데 샘고을시장은 꾸준한 시장활성화사업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남해군과 남해읍시장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물론 샘고을시장은 300여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남해읍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정읍은 군 단위가 아닌 시 단위 지자체로 8월말 기준 11만6440명의 인구가 거주, 남해군(8월말 인구 4만6132명)보다 내수시장 규모 역시 크다.

그러나 샘고을시장도 남해군과 마찬가지로 60~70대 고령층이 상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변에 정읍 제1·2시장, 신태인시장, 농산물도매시장, 정읍연지시장 등 전통시장이 많아 시내 대형마트는 물론 인근 전통시장과도 경쟁을 치러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샘고을시장이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김생기 시장과 정읍시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 주요원인이다.

그러나 남해군은 지금까지 시장에 투입한 막대한 예산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남해군은 지난 2004년 남해읍시장 주차장 설치 사업에 23억원을 투입했으며 2005년 9억9500만원의 예산으로 아케이드 설치작업을 실시했다. 이어 2006년에는 전기소방설비 개선사업으로 2억원을 투입했고 2008년 화장실 개축에 2억원, 2009년 아케이드 및 어시장확장공사에 5억원을 사용했다. 2011년에는 옥상방수 및 비가림, 바닥정비공사에 2억8700만원을, 지난 2013년에는 태양광 설치와 아케이드 보수공사 등에 3억1700만원을 투입했다. 지난 11년간 47억9900만원의 공공예산이 남해읍시장 현대화와 시설개선비로 사용된 셈이다.

그러나 5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남해읍시장은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남해읍시장 연간매출액은 지난 2010년 280억원에서 지속하락, 2011년 250억원, 2012년 22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3년에는 210억원의 매출액을 보여 최근 3년간 25%의 매출감소세를 보였다. 매출액 감소와 함께 일별 이용객수도 점차 줄어 2010년 700명에서 2013년에는 500명까지 하루 이용객이 감소했다.

이렇듯 예산 투입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자 남해군은 남해시장에 더 이상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연계사업은 계획조차 없다. 정읍시는 십 여년간 막대한 예산이 시장에 투입됐음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난제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남해군이 샘고을시장의 예를 본받아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활성화에 접근해 가야하는 이유다.

 

 

 

▲문화관광형시장, 부서간 협업체계 구축돼야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남해군 관련부서간 업무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남해군은 경제과 지역경제팀에서 문광형시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나 ‘문화관광’을 이용한 시장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서 ‘문화관광’과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제’관련과의 행정력은 문화관광 담당부서인 ‘문화관광과’에 비해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문화관광 관련부서와 업무협조를 통해 문화관광형시장 사업 효과 극대화 및 시장활성화 발판을 마련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의 행정체계에서 협업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부서간 칸막이를 해소하는 일은 요원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렇지만 부서간 업무협조는 지자체장 등 정책결정권자의 업무 조정능력이나 의지만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 예로 망운산등산로 또는 현재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봉황산근린공원을 남해읍시장과 연계한다면 등산객과 지역민들이 시장에서 가벼운 먹거리를 구입해 산행에 나서거나 산책에 나설 수 있고 시장은 그만큼의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망운산보다 위치상 시장에서 더 가까운 봉강산 등산코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는 공원과 등산로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녹지과와 경제과 간 업무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버스를 이용해 남해에 방문한 단체관광객들을 겨냥한 군내 주요관광지 및 시장투어 코스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는 문화관광과와 업무협조를 통해 독일마을·원예예술촌, 가천다랭이마을 등 주요관광지를 방문하고 전통시장에 들러 식사를 하거나 특산물을 구매하는 코스를 만들어낸다면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내 주요관광지와 남해읍시장을 연결하는 관광코스가 마련된다면 현재 남해읍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추진 중인 ‘꾸러미사업’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꾸러미사업은 시장에서 먹거리를 구매해 펜션에서 즉시 취식할 수 있는 관광객 맞춤형 먹거리세트 상품을 말한다. 전통시장과 관광지를 연결한 관광상품 개발은 현재 평창군이 추진중인 평창, 대화, 봉평, 진부 등 4개 전통시장과 주변관광지의 연계 투어코스가 좋은 예 가 될 수 있다.

 

 

 

이번호에는 전통시장활성화를 위한 타 지자체의 사례와 문화관광형시장 사업 극대화를 위한 부서간 협업체계 구축 필요성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호에는 관광객의 지갑을 열만한 남해읍시장의 킬러콘텐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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