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소리를 내서 그 쪽으로 공격할 것처럼 하고는 실제로는 다른 쪽을 공격하는 기만전술(欺瞞戰術)”을 뜻하며, 동쪽을 쳐들어가는 척 하면서, 상대를 교란시켜 서쪽을 공격하는 것, ‘상대방을 속여 교묘하게 공락함’을 비유하는 전술을 말한다.
중국 『통전(通典)』 「병전(兵典)」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漢)나라 유방(劉邦)과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서로 치열한 전투를 하는데, 위(魏)나라 왕 표(豹)가 항우에게 투항을 하고 항우 편에 섰다. 유방은 항우와 표가 양쪽에서 쳐들어오는 위험에 처하자 부하인 한신(韓信)을 보내 적을 공격하게 했다. 이에 위나라왕 표는 백직(栢直)을 대장으로 임명해 황하강(黃河江)의 동쪽 포판(蒲坂)에 진을 치고 한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한신은 포판의 공격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나 병사들에게 낮에는 큰 소리로 훈련을 하게하고 밤에는 불을 밝혀, 적극적으로 공격할 채비를 내비쳤다. 백직은 한신의 어리석은 작전을 비웃기도 했다. 이 사이 한신은 비밀리에 군대를 이끌고 하양에 도착, 뗏목으로 황하강을 건너 진군하여 위나라 표의 후방 본거지인 안읍(安邑)을 점령하고 그를 사로잡았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가 ‘성동격서’이다. 병법(兵法)의 한 가지로 한 쪽을 공격할듯하면서 약삭빠르게 상대편을 속여 허술한 틈을 이용, 다른 쪽으로 쳐들어가 적을 무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써, 이것이 곧 ‘성동격서의 전술에 말려들다’라고 한다.
현대판 성동격서로는 1983년 10월 미 해병대 병력 2000여명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그레나다를 기습 침공한 사건이 있는데 미국은 그레나다를 공격하기 한 달 전쯤, 주변정세가 불안한 중동에 함정 2척을 급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며칠 뒤 함정은 중동으로 향했다. 이로 인해 관심이 멀어지자 그레나다로 향한 항로를 전격적으로 바꿔, 인근에 대기 중이던 미국 특수부대와 합류해 8일 만에 그레나다를 장악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의 전술은 비단 전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비즈니스는 물론 심지어 프로야구 투수 선발이나 바둑, 검경수사 등에도 통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해군(청해부대)이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도 성동격서의 전술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최영함 함장 조영주대령은 “속임수 작전으로 해적들이 군사작전임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든 다음, 기습 감행한 것이 성공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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