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상인이 안 바뀌면 시장은 안 바뀐다

②지자체의 지속적 관심이 전통시장 살린다

③관광객 지갑, 킬러콘텐츠가 연다

 

 

 

남해읍전통시장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선정된 후 7월 남해읍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을 발족하며 문광형시장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문광형시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대답보다는 “글쎄?” 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무래도 1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장 발전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1년간 문광형시장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성과가 없는 듯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문화관광형시장에 참여했던 몇몇 전문가들은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이해 및 참여부족이 문광형시장 사업의 최대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본지는 사업 1년을 넘는 시점에서 남해읍문화관광형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과제를 발굴해 봤다.<편집자 註>

 

 

 

■상인이 안 바뀌면 시장은 안 바뀐다

▲문광형시장 바로알기, 상인지원사업 아냐

현재 문화관광형시장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상인들이 문광형시장사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은 전통시장 중 지역의 역사·문화, 특산품 등 시장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즐기고 관광하는 공간으로 개발된 시장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 의해 200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전통시장에 고유의 문화전통을 가미해 관광명소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그 대상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 운영지침에 의해 추진되는 시설현대화사업이 완료된 전통시장’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문광형시장 사업에서는 시설지원보다는 문화·관광컨텐츠 개발, 상인 교육 등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 위주의 사업이 추진된다.

이처럼 사업성격을 살펴보면 문광형시장 사업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시장활성화 사업으로 각 상인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사업이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시설물이나 건물 조성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것이 시장 상인 사이에서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으로 이룬 것이 뭐냐?”는 오해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물론 문광형시장사업을 통해 시설지원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시설지원의 경우 개인건물이 아닌 시장 구성원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동구역에 한해 가능하기 때문에 읍시장 내 개인건물에 직접적인 시설물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단위사업 당 8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는 사업규정으로 대규모 시설조성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며 협소한 남해읍시장 특성상 시설물을 갖출만한 공간 역시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참고로 중소기업청 지침에 따라 육성사업단에서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은 다음과 같다.

먼저 IT기기를 활용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기술) 사업으로 현재 시행중인 ‘블로그기자단’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ICT사업에는 전체 예산의 30%를 투입토록 규정돼 있으며 올해의 경우 전체 6억4000만원 중 2억원 가량이 이에 투입된다.

이어 상인교육, 캐릭터 개발 등 ‘자생력 강화사업’에 역시 30%의 예산을 투입토록 하고 있으며 조형물과 카트·매대 조성 등 ‘기반시설’에 20%, 무대행사 등 각종 ‘이벤트’에 나머지 20%의 예산을 지출하게 된다.

 

 

 

▲시장이 먼저 살아야 상인도 산다

남해읍전통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이 살아야 상인이 산다’는 인식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장 각 상인의 주머니에 현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시장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군민과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그로인해 시장이 활성화되면 각 상인과 점포의 이익은 그때부터 크게 신장된다는 점에 유의해야하는 것이다.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금요보물시장 현장을 살펴보면 이같은 문제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올 초 진행됐던 금요보물시장은 ‘선어경매’와 ‘노천카페’, ‘1000원의 행복’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남해읍시장 상인과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2월 13일 마무리됐다.

이번 보물시장 행사는 경매와 추첨 등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진행방식으로 남해읍시장 이용객과 상인들에게 시장의 매력을 듬뿍 안겨줬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육성사업단의 이벤트가 아닌, 남해읍시장의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도 남긴바 있다.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공감대 형성과 지속적인 참여가 바로 그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첫 회 보물시장에서는 어시장 청년회와 부녀회원들이 다수 참여, 상인들의 열의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지만 2월 13일 열린 마지막 행사에서는 행사를 위해 동원된 아르바이트 청년들과 육성사업단 관계자들이 행사 진행을 주도하는 모습이었으며 시장 상인의 참여는 단 1명에 그쳤다. 또한 “우리 물건은 팔지도 않으면서 영업만 방해한다”는 행사장 인근상인의 볼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금요보물시장은 시장활성화 가능성과 현실적 한계를 모두 드러낸 가운데 상인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적인 참여가 시장의 밝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나타냈다.

 

 

 

▲어시장은 상인회 소속이 아니다?

이와함께 어시장과 상인회 간 부조화도 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상인회가 관리하고 있기는 하나 복잡한 내부적 문제로 아직까지 상인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상인회와 별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어시장 상인들은 상인회에 소속감을 갖고 있지 못하고 상인회 역시 어시장 상인들과 동질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시장 상인들은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어시장을 군이 매입해서 번영회가 꾸려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남해읍시장이 만들어지며 시장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사업도 가능해진다. 관광객들고 수산물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만큼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을 위해서도 어시장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광형시장 참여주체 간 소통미흡 문제도

남해읍문화관광형시장사업 1년여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은 상인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업 1년이 넘도록 상인들이 사업 성격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과 상인회 등 참여주체 간 소통이 충분치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후 육성사업단과 상인들 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상인대학’ 등 상인인식 개선을 위한 꾸준한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시장영업부진은 마트 탓?

우리나라는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에 대해 지난 2013년부터 ‘격주 일요일 강제휴무’와 ‘영업시간 제한(자정~오전 10시)’을 실시하고 있다. 남해군에서도 지난해 4월 9일 남해군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군내 준대규모점포(SSM) 2개점에 대해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매월 2, 4주 수요일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확장과 함께 위축되고 있는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매체 보도에 따르면 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 등 다른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2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인 72.6%의 소비자들이 마트 휴업일을 피해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등 휴무일 쇼핑을 아예 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내 대형마트 매출은 의무휴무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월평균 2307억원(8.77%), 연간으론 총 2조7678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전통시장이나 소형 슈퍼마켓으로의 소비 전환액은 월평균 448억~515억원으로 마트 매출 감소분의 19~22%에 그쳤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마트 및 전통시장과의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시장경기 하락의 원인은 대형마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문화관광형시장 관련 전문가는 “각 점포가 아닌 시장전체의 공존을 위한 상인들의 장기적 안목과 소비자에게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제공하기 위한 시장의 노력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향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문화관광형시장사업 1년을 맞은 남해읍문광형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봤다. 다음호에는 성공적인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타지자체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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