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도 살리고 불만도 줄일 대안마련 해야    

농사철 부모님 손길도 돕고 노동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는 취지로 실시돼온 가정체험학습이 현실적으로 그 취지를 잘 못 살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운영방안개선이 요구된다.

가정체험학습이란 농사일이 바쁜 시기, 농어촌 학생들이 부모님들을 도와 농사일이나 가사를 돌보면서 삶의 체험을 하도록 각 학교에서 정규수업일수와는 별도로 재량껏 실시하는 임시휴교조치. 읍내 학교를 뺀 군내 대부분 초, 중, 고교에서 실시해왔는데 한 학교당 일년 평균 3-4일 정도다. 

가정체험학습은 그 취지상 적극 장려할 만한 교육방법이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책만 보고, 점수만 잘 따는 것 뿐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삶의 현장에서 직접 땀을 흘려보는 것 역시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러 대안학교들은 대부분 농사짓기 등 생산과 관련된 직접체험을 중요한 교육방법으로 삼고 있다.

군내 초등학교 관계자들 역시 "아무리 남해가 고향이라 해도 실제 일을 안 해보면 마늘이 어떻게 자라는지, 나락은 뭔지 통 모르고 클 수밖에 없다"면서 "마늘 몇 개 놓고, 주전자 심부름에 동생 돌보기만 해도 아이들에겐 가정학습자체가 소중한 배움의 현장"이라며 그 효과를 강조했다. 고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도 괜찮다는 반응이다. 성명초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4학년, 6학년인데 바쁠때는 제법 농사일에 도움이 돼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을 자녀로 뒀거나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들에게 가정학습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즘은 농사일이 기계화로 인해 일손이 크게 부족하지도 않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은 실제 농사일에 도움이 전혀 안돼 오히려 학교나 유치원에 가는게 좋다는 것. 일부 학부모들은 "죽은 송장도 일할 시기라지만 유치원생을 집에서 보려니 힘들다" "직장 다니는 부모는 어쩌라고" 등 여러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학교에서는 가정학습일을 공휴일 앞뒤로 지정, '가정학습은 곧 교사들 연휴'라는 눈총마저 받고 있다. 

실제 최근 군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문제제기 때문에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다. 이 학교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 찬반여론이 거의 반반이었는데 특이할 것은 저학년 학부모들은 반대가 많고 고학년들은 찬성이 많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 학교는 학기전에 운영위와 미리 협의, 결정한 2하기 가정학습을 전격 취소했고 현 교장 재임기간은 일체의 가정학습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학교운영위와 학교측의 협의,  2학기 가정학습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정체험학습은 그것이 가진 긍정적인 취지와 실질적 효과에 비추어 볼 때 무작정 부정할 대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교조 남해지회 차재원지회장은 "가정학습은 노동력의 관점이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주느냐 보다는 노동의 현장에서 부모와 함께 하면서 생기는 일체감, 연대감이 소중하다"며 일부 학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을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가정학습의 취지도 살리고 학부모들의 불만도 어느정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안은 여러 가지 일수 있다. 를테면 학교와 학부모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도 중요하고 학교운영상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유치원생이나 저학년들의 가정학습 제외나 자발적 자원봉사 유도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실의 변화도 수용하면서 취지도 살릴수 있는 가정체험학습의 대안마련을 위한 교육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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