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백리(花香百里)’, 향기로운 꽃내음은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좋은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인향만리(人香萬里)’, 인품있는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고 했다.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의 남사(南史)에 보면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을 대비하여 노후에 살집을 구했는데, 그는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呂僧珍)이란 사람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백만금 밖에 안 되는 그 집값을 천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말에 여승진이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만매택(百萬買宅)이요,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하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덤(웃돈)으로 지불한 것입니다”라고. 좋은 이웃과 함께 하려고 집값의 열배를 더 준 송계아에게 여승진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로부터 좋은 이웃, 좋은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한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좋은 이웃은 천금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던가?
당나라 문장가 왕발(王勃)은 자신의 친한 친구와 이별할 때 쓴 이별시(移別詩)에 “해내존지기(海內存知己)이요, 천애약비린(天涯若比隣)이라(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알아 줄 그대만 있다면 당신은 나의 영원한 이웃)”이란 유명한 구절을 남겼는데, 이는 백만금으로 집값을 주고, 천만금을 주고 좋은 이웃을 얻기 위해 웃돈을 주었다는 송계아의 얘기와 함께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사성어라 생각하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그 속에 노래를 지니고 있고, 매화는 평생 추위와 살아도 향기를 잃지 않고, 달빛은 천 번 이지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 있고, 버드나무 줄기는 백번 찢어져도 또 새로운 가지가 난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마음씨가 있다. 가진 게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 자기도 바쁘면서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 어려울 때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사람,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남의 미흡한 점을 고운 눈길로 봐 주는 사람, 자기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인연을 깨뜨리지 않는 사람, 이렇게 삶을 아름답게 함께하는 사람은 잘 익은 진한 과일향이 나는 사람이며 곧 인향만리가 아닐까?
그런 마음, 그런 향기, 그런 진실,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촛불을 켜지 않아도, 넉넉한 마음과 진한 과일향이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인향만리(人香萬里)
“좋은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 기자명 남해신문 기자
- 입력 2015.07.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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