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남도가 경남도교육청의 급식예산 감사 요구와 이에 대한 도 교육청의 수용 거부로 인해 촉발된 무상급식 중단사태가 홍준표 지사의 주민소환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사태에 대한 홍 지사의 주민소환 추진 발표는 더 이상의 중재나 조정에 기대지 않고 극단의 선택으로 이 사태를 종결짓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기 홍준표 도정 출범부터 ‘불통 도정’으로 이번 주민소환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 주민소환의 성패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학부모들의 분노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파장을 미칠 것인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해군내만 하더라도 학부모모임과 대책위 관계자 등을 제외한 일반인의 관심은 낮아보인다. 장기화된 무상급식 중단사태로 인한 피로감이 이같은 일반의 관심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대체적으로 복지 논쟁의 한 축으로 무상급식 사태를 보는 일반 군민들의 동참의지가 낮은 점도 홍 지사 주민소환 움직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공식적인 동참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민소환 동참을 전제로 한다면 학부모 모임이나 대책위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제 무상급식 중단사태는 선별이나 보편이냐의 복지 논쟁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논쟁의 전장(戰場)이 확대됐다.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서명 확보나 투표 실시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이나 대선, 지방선거와 달리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선거환경에서 경남도내에 국한돼 치러지는 주민소환투표의 특성상 30%의 투표율을 확보하는 것이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실제 무상급식 중단사태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유상급식 전환에 따른 가계 부담을 지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도 선별적 복지를 통해 국가와 지자체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선별적 급식안을 선호하고 있는 이도 적지 않다. 당장 내 아이의 밥그릇이 빼앗겼다는 상실감은 있지만 소위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밥 줘야 하나?’라는 선별적 무상급식 예찬론자의 프로파간다가 이들에게는 더욱 설득력있는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간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대해 가급적 본지의 논조나 편집방향에서 그레이존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간 무상급식 논란에서 지역내 찬반의 영역에서 정(正)과 반(反)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합(合)을 이끌어내는 헤겔의 변증법적 토론과정이 형성되기를 바라왔다.
이번호 본지 보도로도 다룬 것과 같이 군과 군의회, 학부모모임과 대책위간의 간담회도 지리멸렬한 양측 주장의 반복이 그대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밥 줘야 하나’라는 선별급식 프로파간다를 넘어설 힘있는 프로파간다가 무상급식 정상화를 촉구하는 측에서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의 밥그릇을 지켜주세요’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지역공동체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누가 얼마만큼의 양보할 것이며 이 양보로 인해 늘어나게 될 부담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변경될 수 없는 변경할 수 없는 결론을 두고 논의하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의 정점을 치닫는 갈등에 도의회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물론 경남도 일방에 유리한 중재안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합의점 없이 논의가 종결됐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남해군의회가 나설 수 있는 지평도 있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놀던 판에 가서 함께 널 뛸 것이 아니라 지역내 여론의 바로미터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자신이 취한 입장에 모순은 없는지 서로 토론하고 논의할 기회는 있어야 한다. 우리 마당에서는 우리가 널을 뛰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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