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가정폭력 등 가족문제 상담건수 매년 증가추세 지속

“사생활이라 숨기고, 가정해체 막으려는 ‘침묵’이 가족 붕괴 원인”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전환 필요, 제도개선도 절실

며칠 전만해도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날이 가득했던 가정의 달 5월. 하지만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통 받는 위기의 가정이 늘고 있으며, 이제는 ‘가정의 위기’라는 말을 넘어 ‘가족 해체, 가족 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10년전 건강한 가정 만들기 지원과 사업을 위해 처음 문을 연 보물섬가정행복상담소. 그 속에서 이뤄진 이야기들을 토대로 군내 가정폭력의 현실과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봤다. <편집자주>

#사례1. 군내 부모를 상습적으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을 가해온 30대의 아들. 결국 부모와 격리되어 각자의 삶을 살게 되지만, 가해자 아들은 타지에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 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은 가해자인 아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였으며, 커서는 폭력을 행한 가해자였다.
#사례2.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으로 이혼을 선택한 40대주부.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남편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아들이 ‘맞을 짓을 한다’는 말과 함께 대를 이은 폭력이 이어져 그녀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지옥과 같다.

남편이 아내를, 부모가 자녀를, 때론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가정폭력. 위 사례는 전국지 사회면에서 발췌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 바로 남해군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례의 일면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빙산의 일각쯤 된다.
가정폭력은 앞선 사례에서도 보듯 자신도 모르게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심각성을 띤다. 피해자는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폭력에 둔감해지고 피해자는 또다른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된다. 결국 가정의 행복은 끼어들 틈을 상실하고 가정을 결국 파탄과 붕괴의 지경에 이른다.
최근 성폭력, 학교폭력, 부정불량식품, 가정폭력 등 이른바 4대 사회악 중에서도 가정폭력은 상습성과 재발률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은 보물섬가정행복상담소를 찾는 인원의 추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프 참조> 이중 전체 상담건 중 가정폭력 상담사례도 지난 2010년 36건에서 차례로 2011년 79건, 2012년 107건, 2013년 77건, 2014년 80건으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는 집계기간 중 급격히 가정폭력의 빈도가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기존과는 달라진 탓도 있고 특히 4대 사회악 근절로 인해 숨어있던 폭력의 사례가 양성화 된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보물섬가정행복상담소에서 상담 이후, 처리결과에서 살펴 볼 수 있듯 가정폭력이 고소나 고발 등 법적 조치로 이어진 건이 2010년 1건에서 2012년 5건, 2014년 24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이제는 숨기고, 참고 사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상당수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90%가 남편이었으며 학대유형은 신체폭력과 정서폭력이 90%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을 주변에서 참견할 일이 아닌 가족 간의 문제로 가볍게 보고, 가정을 지킨다는 목적으로 아직까지는 침묵하거나 묵인하는 일이 대다수다.
보물섬가정행복상담소 변복자 소장은 “지속적인 홍보와 안내로 예전보다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상담소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며칠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신체적 폭행을 당하다가 35년만에 상담소를 찾아온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농어촌 지역의 암묵적인 정서상 가정폭력은 ‘집안일’,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숨기고 당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정서가 뿌리 깊다”며 가정폭력은 숨겨서 될 일이 아닌 사회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폭력의 피해자보다는 주변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 등 인프라 확보도 요구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격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쉼터’가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남해군에서는 이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시설이 없다.
변복자 소장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쉼터 역할을 하는 장소가 없어 가정폭력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우리 집이나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머물게 하는 임시방편 책이 전부다. 쉼터는 피해자의 임시 보호공간이기도 하며,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후속관리를 해야 하는 공간으로 사실상 전문 인력의 고용도 이뤄야하는 등 반드시 지역내 필요한 시설이지만 늘 에산이라는 벽에 부딪혀 왔다”며 이를 개선하고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우선 집중돼야 하고 이를 위한 지혜가 모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소장은 “경찰과 연계해 가정폭력 발생시 피해자가 인근 지역 모텔에 임시로 기거하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변복자 소장은 “먼저 가정폭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변화와 가족의 노력이과 함께 장기적으로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 안전망과 제도가 구축되어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발생 시 빠른 조치로 건강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고 말을 맺었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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