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종 수확에 이은 마늘 수확, 연달아 이어지는 모내기로 ‘고사리 손도 빌리고 죽은 송장도 일어나 일손을 거든다’는 농번기다. 해마다 이맘때면 내심 기다려지는 지역축제가 있다. 보물섬 마늘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안타까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역사적인 상징성을 지닌 제10회 마늘축제가 취소된 뒤 2년만에 찾는 마늘축제여서 이번 축제를 맞는 마음이 더욱 설레는지도 모르겠다. 지역축제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의 틀에 마늘축제가 제대로 부합되는지를 따진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유보해 놓고 싶다. 적어도 열 돌을 맞는 마늘축제는 객관적인 지역축제 평가기준은 차치하고 농번기 바쁜 일손을 잠시나마 쉬면서 이웃간에 정을 나누고 한바탕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남해지역의 잔치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마늘축제는 갈수록 위기의식이 높아져 가는 남해 마늘산업의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 마늘 재배농가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사료값 상승 등 축산농가의 경영 부담을 털어내고 보물섬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마늘과 한우와의 컬레버레이션(협업)을 통해 축제 현장에서의 마늘 판매 등 현지 소비량을 늘이고 한우 직판을 통한 축제의 경영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 벌써 어떤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뜻의 줄임말)’ 열풍 등 다양한 포맷의 요리프로그램이 공중파와 종편을 넘나들며 방송을 장악하는 인기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 마늘과 한우의 컬레버레이션을 축제장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유명 셰프와 일반인 참가자들의 요리쇼 등 트렌디하고 새로운 콘텐츠의 기획이 이번 축제에 보강된 점은 ‘장수축제, 지역축제, 고령층을 타겟으로 한 축제’라는 부정적 평가에 직면했던 보물섬 마늘축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축제 콘텐츠의 변화는 그간 남해마늘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성 짙은 특산물 축제의 틀에서 한시적이고 시혜적인 볼거리 제공 수준의 축제에 그쳤던 마늘축제를 ‘축제경영’의 궤도로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이자 특산물 축제의 한계였던 킬러콘텐츠의 부재(不在)로 인해 늘 아쉬운 평가를 이어올 수 밖에 없었던 마늘축제의 변모된 모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블루칩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마늘쇠 선발대회와 마늘아줌마 선발대회 등 예년 축제에서 지역민들의 호응이 두드러졌던 핵심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자잘한 부대행사를 과감하게 줄인 기획도 축제의 집중도와 흥행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단조롭지만 트렌디하고 한층 젊어진 개막행사와 공연행사에 비해 큰 변화를 읽어내기 힘든 전시행사와 체험행사, 시식·판매행사의 단조로움은 지역의 문화예술역량의 한계와 한정된 인적자원 탓에 시도조차 쉽지 않은 한계는 이해하지만 현장에서의 운영의 묘를 발휘한다면 축제를 처음 접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소소한 즐길 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반적인 축제 기획에서 ‘생동감있게 젊어지고 트렌디해졌다는 사전 평가’를 받고 있는 제10회 보물섬 마늘축제&한우잔치가 올해 더욱 탄탄해진 기획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원할한 진행이 덧대어져 지역민들과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이번 축제를 통해 올해 작황부진으로 침체된 마늘재배농가 농민들과 힘겨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소의 우직함처럼 축산업을 지켜온 군내 한우사육농가 모두에게 다시 한번 힘을 결집해 각 분야가 한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그런 축제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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