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韓字)중에서 아주 쉬운 곰배 정(丁) 자도 알아보지 못하고 글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비유해서 아주 무식함을 이르는 말이다. 배움이 없는 것 보다, 무지한 행동을 가리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 속담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배우지 못해 아는 것이 없다는 ‘불학무식(不學無識)’, 한 자(一字)도 아는 것이 없다는 ‘일자무식(一字無識)’과 뜻을 같이한다.
곰배(남해방언은 당그래)는 농기구로써 곡식을 멍석위에 펼쳐 고르게 할 때, 일구어 놓은 땅을 다지는 작업을 하는데 쓰이며, 파헤쳐 갈아엎어진 흙을 부드럽게 다독여 준다. 땅속 뒤집힌 논 밭고랑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균일하게 하는 곰배의 역할은 다른 농기구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곰배의 그런 역할이 있었기에 우리는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넘긴 것이다. 농사철 농부의 손놀림이 바빠질 때는 곰배자루가 반지르르 하도록 윤이 나기도 한다. 집집마다 헛간을 들여다보면 곰배를 벽에 세워 걸어 놓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목불식정’은 중국 당나라 헌종 때 구당서(舊唐書) 장홍정전(張弘靖傳)에서 유래하는데 장홍정이란 사람은 못나고 무식하며 오만방자하였다. 그의 부친 장연상(張延賞)은 조정에 끼친 공적이 많아 그 덕분으로 장홍정의 벼슬길은 매우 순탄하였다. 그가 노룡(盧龍)의 절도사(節度使)로 부임하게 되는데 부하들과 병영생활은 하지 않고 가마를 타고 즐기는 등, 힘든 군(軍)생활을 하는 군사들을 괴롭히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만 계속하였다. 그런 까닭에 부하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오히려 “천하가 태평한데 너희들이 양석궁(兩石弓:활)을 당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차라리 곰배 정(丁)자 하나라도 아는 것이 낫지”라고 꾸짖었다. 참다못한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켜 장홍정을 잡아 가두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황제는 장홍정의 직책을 박탈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놈이야 말로 목불식정(目不識丁)이로고…”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으로 산다는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느낀다고 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그 만큼 세상을 보는 폭이 좁아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배웠으면서도 무지한 행동을 하는 것은, 실제로 모르고 무지하게 행동하는 것 보다 더 나쁘지 않은가? 그래서 목불식정이 오히려 배움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무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게 된 연유가 아닌지 생각하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세계를 깨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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