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없으면서 잘난 척 한다', '큰 재주가 있는 사람 앞에서 작은 재주를 뽐내는 것' 을 비유하는 말이다. 비슷한 서양속담으로 '빈 그릇이 가장 큰 소리를 낸다'나 우리 속담에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쓴다', '도사 앞에서 요령 흔들어 댄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속담과 뜻을 같이 한다.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기술이 뛰어난 유명한 장인(匠人) 공수반(公輸班)이란 목수(木手)가 있었는데 노나라 사람이기에 노반(魯班)이라고 불렀으며 국보로 통할 만큼 손재주가 대단했고 도끼씀의 기교가 신(神)이 놀랄 정도였다. 그는 대들보나 기둥을 만드는데 꽃을 새기고 문자를 파는 등 도끼가 그의 손에서 움직이면 나무가 정묘(精妙)하고 곱게 하나의 기구로 다듬어져 일대 교장(巧匠:교묘한 목수)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어떤 젊은 목수가 갓 배운 조그만 솜씨를 과장하며 항상 도끼와 수예작품을 들고 허풍을 치고 다녔다. 어느 날 그는 노반의 집 앞에서 그의 수공예 작품을 과시하며 지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재주를 큰소리치며 자랑했다. 자기 기술의 정교함을 뽐내고 이런 작품들은 공전의 걸작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도끼를 꺼내 현장에서 솜씨를 보이기도 했다.
이를 구경하던 그 지역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한번 유심히 훑어보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노반집 대문을 쳐다보면서 모두들 냉소를 금치 못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젊은 목수에게 "젊은이, 등 뒤에 있는 집이 뉘 집인지 아오"라고 물었다. 젊은 목수 왈,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라고 답하자 말을 꺼낸 동네 사람은 "그 집이 바로 당대의 명성이 높은 목수 노반의 집이오. 한번 들어가서 참관해 보구려"라고 권했다. 젊은 목수는 집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한 뒤 노반의 기교에 탄복한 나머지 머리를 떨궜다. 자기와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솜씨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인지라 자기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비범한 걸작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기 기구를 챙겨서는 말없이 자리를 뜨고 말았다.
명나라 말기 매지환(梅之渙)이라는 시인이 천고에 길이 남는 큰 시인 이백(李百)의 무덤을 지나다가 묘비정상에 제 딴엔 시재(詩才)가 있다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적잖은 싯귀를 보았다. 그는 글귀가 용속(庸俗)하고 구토증을 일으킬 정도의 실력도 보잘것없는 싯귀를 보고는 감히 천하의 시인 앞에서 매우 못마땅히 여기며 그 싯귀 뒤에 한 수의 시를 써서 풍자했는데 ‘채석 강변에 한 무더기의 흙이여, 이백의 이름이 천고에 드높도다. 오가는 사람마다 시 한 수를 남기노니, 노반의 문전에서 큰 도끼를 자랑하누나’라는 시에도 반문농부의 뜻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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