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혼란·불신 막기 위해 교육계 결속부터 다진다”
“국가와 지자체가 급식비 지원하도록 학교급식법 개정”
“서민자녀교육지원, 무상급식비 아닌 다른 예산으로 하라”


경남도가 선별급식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무상급식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을 제외하고 전국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는 항의의 뜻으로 일시적 수업거부를 선언하는가 하면,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아예 솥을 걸어 밥을 해주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폐지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부딪히며 무상급식 필요성을 역설해온 박종훈 경남교육감으로선 난감할 일이다. 경남도를 향한 불만의 표출이 교육행정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계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고 있다. 무상급식을 되찾기 위해 학부모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음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경남도의 서민교육지원사업 신청을 독려하고, 학부모의 무상급식 되찾기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은 무상급식이 중단된 4월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4월 6일 박 교육감을 만나 교육현장의 현재 상황과 향후 대응책 등에 관해 물었다. 그는 참담한 심정을 밝히면서도 학부모들의 혼란과 불만을 줄이기 위해 교육계 내부 결속부터 다지겠노라 다짐했다. 또 학교급식법을 개정해야만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 4월부터 경남의 무상급식이 사실상 중단된다. 심정은?
= 마음이 착잡하다. 교육감으로서 안타까움, 참담함, 분노 이런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솥단지를 걸어놓고 학부모들이 직접 점심을 해주는 학교를 방문했다. 학부모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이들의 급식을 지키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을 보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큰 동력을 얻고 희망을 갖게 됐다.

▲ 학부모들 항의도 잇따랐다던데?
= 등교 거부라는 극단적 행동을 취하는 분들도 계셨고, 일부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기에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는 분도 계셨다. 마음은 이해가 된다. 물론 홍 지사와 경남도에 대한 항의이겠으나 결국 학교와 교육의 문제로 돌아오니 안타깝다. 도시락을 싸는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일이 확산되면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얼마 안가 급식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피해를 낳게 될까 걱정스럽다.

▲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계를 질타하기도 했다.
= 무상급식 되찾기 운동을 방해하거나 서민자녀교육지원 신청을 독려하는 일로 말썽을 빚은 학교가 있었다. 학부모들이 왜, 어떤 심정으로 어려운 시간을 쪼개어 행동하고 있는지 헤아릴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이 있어 안타깝다. 그래서 급히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교육감 방침과 다른 목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조치 할 수밖에 없다. 모든 학교장들에게도 전달할 생각이다.

▲ 무상급식보단 의무급식이란 표현이 낫다는 주장도 있는데...
= 의무급식이란 말은 4년 전 선거에서 내가 처음 썼다. 당시엔 무상급식이 일반화 되어 있어 묻히고 말았다. 향후 급식법 개정 과정에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 실제 학교 현장에서 급식비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
= 돈 내고 먹는 아이, 공짜로 먹는 아이로 구분되면, 결국 서로 다 알게 된다. 그러면 지원받는 아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비교육적이라 줄곧 주장하는 것이다. 돈 내고 먹는 아이들도 두 부류로 나뉜다. 넉넉한 집 아이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고, 어렵게 급식비를 내고 먹는 아이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 함께 정을 나누고 지내는 아이들의 온전했던 삶이 깨지고 말 것이다.

▲ 무상급식을 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홍 지사와 경남도의 기본 입장이다. 어찌 생각하나?
= 예산이 없다면서, 급식비를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둔갑시켰다. 돈 때문이라 했다가, 무상 포퓰리즘으로, 종북 몰이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도민들께서 무상급식을 중단한 진짜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 있음을 알고 있다. 참고로 누리과정사업은 3~5세 아동들이 혜택을 보는 사업이다. 거기엔 급식비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의무교육 대상도 아닌데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작 의무교육대상은 왜 무상급식, 즉 의무급식을 하면 안 되는가?

▲ 무상급식으로 되돌리기 위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가?
= 당장은 재원이 없다. 그러나 학부모, 시민사회가 저렇게 노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나서고 있으니 뭔가 해결책이 생길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의무급식으로 바꿔야 한다. 당장은 경남도의회가 조정안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 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며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관련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걸로 아는데...
= 이 사업이, 무상급식비를 돌려서 급조한 사업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 다른 예산으로 따로 만든 사업이라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 시장·군수님들에게 간청하고 읍소하고 있다.

▲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한 걸로 안다. 법이 어떻게 고쳐져야 하나?
= 법 조문에, 지원에 관한 책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학생의 보호자가 급식비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지원할 수 있다’는 조문을, ‘지원해야 한다’로 개정하면 문제 발생의 소지가 줄어든다.

▲ 끝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먼저 불행한 사태를 막지 못한 데 대해 교육감으로서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지난 1일부터 유상으로 전환된 이후 학부모와 도민들의 불만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상급식은 지난 8년 간 잘 이루어져 오던 것인데, 그것을 경남도가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이것을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준열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급식을 경제 논리에서 보지 말고, 교육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면 해결의 방향은 뚜렷해질 것이다.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

※이 취재는 경남의 여러 지역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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