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선거운동방식 탓, ‘깜깜이선거’ 지적 이어져

‘제2의 지방선거’라 불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오는 3월 11일 치러진다. 남해군에서는 남해·새남해·동남해·창선농협 등 지역농협 4개소와 남해축협, 남해군수협, 남해산림조합 등 총 7개 조합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3월 1일 선거인명부가 확정돼야 이번 선거에 참여할 유권자의 수가 정확히 집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추계한 각 조합의 조합원, 즉 유권자는 약 1만9천여명에서 2만여명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지방선거의 유권자 수가 약 3만여명대 초반인 것을 감안할 때 유권자 규모만 보면 이번 선거가 ‘제2의 지방선거’라 불리우는 것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이미 많은 군민과 조합원들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초창기 조합장 선거는 조합 자체 선거였다. 조합 자체 선거가 이뤄질 당시에는 어느 곳 할 것없이 선거 공정성과 선거관리의 중립성, 특히 ‘돈선거’라 불릴 정도로 조합장선거는 혼탁했다. 말할 나위없이 선거 이후면 선거부정에 따른 시비와 갈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폐해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선거사무의 공정한 관리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2005년부터 도입된 선관위 위탁 방식의 선거는 공정성 측면에서는 예년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이 호전됐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각 조합마다 조합장의 임기에 따른 선거시기가 달라 조합별로 산발적인 선거 위탁이 늘고 선거 일정이 중첩돼 효율성이 낮고 조합장 선거의 효과적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3월 11일 법 시행 후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각 개별 조합선건에 비해 인력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특히 조합장선거에서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된 ‘금권선거’, ‘후보 매수’ 등 각종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맞먹을 정도의 강력한 감시와 단속이 가능하게 돼 선거의 공정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관리는 투명해졌지만….
이같은 위탁선거법에 따른 동시조합장선거 시행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법 시행 초기부터 각계의 법 개정 요구가 이어졌다. 이같은 개정요구는 선거에 임박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자 입후보예정자들은 물론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강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현행 위탁선거법에서는 모든 선거운동의 주체를 ‘후보자 본인’에 국한시켜 놓고 있는 탓에 불합리한 선거운동방식에 대한 불만이 현재로는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남해군과 같이 현직 조합장 전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현행 선거운동방식은 새롭게 조합장 자리에 도전하는 신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조합원 인지도가 높은 현 조합장에게 유리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현행 위탁선거법을 ‘현직 조합장 보호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입후보예정자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느끼는 아쉬움도 크다. 현행 위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방식은 기존 조합법에서는 허용됐던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언론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대담이나 토론회까지도 제약돼 있어 후보자의 정보를 제대로 알 방법조차 찾기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법으로 가능한 선거운동방법은 선거공보와 선거벽보, 어깨띠와 소품, 전화·정보통신망 뿐인 상황에서 이마저도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입후보예정자들의 불만은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지역에서는 조합장 동시선거가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의미가 크고 특히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조합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같은 폐해가 오히려 후보와 조합원간 소통을 가로막는 비민주적 장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여론이 늘고 있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같은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가진 중요성을 감안해 후보는 후보대로 공명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동참하고 조합원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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