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출신 첫 대한변협회장 당선, 남변회가 큰 역할
순수 변호사 출신으로 판검사 출신 후보들 물리쳐
사법시험 존치ㆍ검사평가제ㆍ전관예우 금지 등 공약

요즘 대한민국 법조계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당선자다.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그가 내걸었던 정책들이 당선 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이슈와 논쟁을 만들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우리사회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안들에 대해 그는 회피하지 않고 과감한 목소리를 낸다. 대표적인 것이 사법시험 존치와 검사평가제 도입, 상고법원 반대, 전관예우 타파 등이다.
그가 사법개혁, 검찰개혁의 범주에 드는 이 같은 사안들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이유는 대한변협이 아니면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직은 당선자다. 다음달 23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2년 임기 동안 그는 싸울 각오를 하고 있다. 법조계의 뉴스메이커가 되어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이끄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물론 그의 든든한 우군은 국민이다. 사법시험 존치에 73%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전관예우 타파와 검찰평가제 도입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창우 당선자는 남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변협 협회장에 당선됐다. 그의 선거캠프에는 남해출신변호사모임(남변회) 소속 변호사들이 다수 결합해 뛰었다. 남변회가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검사와 판사를 거치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도 아니어서 조직적으로 열세인 상태에서 출마한 그가 판을 뒤엎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손발이 되어 뛰어준 남변회 변호사들이 있어서였다.
이번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에서 그의 상대들은 강력했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변호사가 300명에 달하는 대형로펌 대표,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으로 변호사가 50명인 로펌 대표 등이 경쟁자였다. 이들은 판사 출신과 검사 출신의 지지를 받고 소속 로펌 변호사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 여기에 비해 그는 혼자 개업한 변호사일 뿐이었다. 조직력으론 싸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창우 변호사가 선택한 것은 조직력이 아닌 전략이었다.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변호사다.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로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그래서 특권계층에서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처지를 파고들었다. 동질감과 친근감을 보여주기 위해 캐치프레이즈도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라로 정했다.
그리고는 연간 배출하는 변호사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해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판검사 출신의 전관예우를 척결하고, 청년변호사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여기에다 검사평가제를 도입해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은 검사를 평가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처지가 비슷한 다수의 개업 변호사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준비된 후보, 검증된 후보’론을 들고 나왔고 이것 또한 강하게 어필했다. 그는 대한변협 회장에 세 번째 도전을 결심하고 2년 동안 준비했다. 먼저 ‘하창우 변호사의 변호사 길라잡이’라는 책을 2012년 발간했다. 변호사들에게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 업무범위를 사례별로 조언해주는 실무지침서다. 변호사라면 한 권쯤 꽂아두고 참조해야 하는 책, 표지엔 저자인 그의 얼굴이 큼직하게 박혀 있다. 두 번째는 SNS를 통해 변호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변호사 친구는 1200명에 달한다. 이들과 칼럼과 글을 공유하며 2년 동안 소통했더니 선거과정에서 훌륭한 우군이 되어줬다. 셋째, 언론 노출을 빈번하게 했다. 방송 인터뷰, TV토론 등에 자주 나갔고, 조선일보 등에 칼럼도 실었다. 일반인들도 그를 알아볼 정도니 변호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치밀한 전략이 혈혈단신 나홀로 변호사인 그를 대한변협 협회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남해사람들, 부지런하고 집념이 강하지 않습니까. 저도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질이 있습니다. 이 남해인의 기질로 당선됐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서초동 법원 옆 골목에 숨은 작은 건물 3층에 그의 사무실이 있다. 아담한 사무실이다. 소송 관련 서류와 자료로 뒤덮인 방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첫 인상부터 그는 긍정적인 사람,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 유쾌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는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임기를 시작하면 바로 검사평가제를 추진할 것입니다. 서울변호사회 회장 시절에 판사평가제를 밀어붙였던 노하우가 있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하 당선자는 이동면 석평이 본적으로 무림에서 자랐다. 10남매 중 다섯째다. 이동초등학교를 4학년까지 마치고 부산으로 가서 공부했다. 경남중,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인과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고향에 노모가 계셔서 연 3~4회 남해를 방문한다. 서울에서는 남변회 뿐만 아니라 이동초 46회 동창모임인 동심회에도 열심히 나간다.
이대호 기자 ldh9142@naver.com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