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위 ‘십상시(十常侍)’사건을 풍자적으로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정했는데 십상시(열명의 내시(內侍))는 중국 역사에서 최악의 환관(宦官), 최악의 간신(奸臣)을 뜻하는 대명사로 후한(後漢)말 십상시가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관료들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시대적 사건의 전말(顚末)이다.
'지록위마'는 중국 <사기(史記)> ‘진시황 본기(本記)’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진나라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趙高)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다. 현명한 부소보다 용렬한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는 천하의 모든 쾌락을 즐기며 살겠다고 말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였다. 조고는 호해를 교묘히 조종하여 경쟁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 많은 옛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러자 욕심이 생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고 자기편에 서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라고 했다.
그러자 황제 호해는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라고 말하며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한 사람을 나중에 없는 죄를 씌워 죽이는 등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는 혼란에 빠져 각처에서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나 그 중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세워 3세 황제로 삼았으나 이번에는 조고자신이 자영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조고가 자기 권세를 시험해 보고자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데서 유래한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옳고 그름을 바꾸고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서 남을 속이려는 짓을 비유하는 표현이며 상관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로 정치적으로는 현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한 사자성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인 것이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해서도 안 되고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