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바지에 다달은 지난 7일(일) 우리 안남회(재안양남해군향우회)는 정기모임산행을 위해 출발한 뒤 신호등 하나를 지났을까 하는 지점에서 한 회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지금 막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금방 뒤쫓아 갈테니 무조건 기다리라고 해서 차를 한 켠에 세우고 기다렸더니 금새 뒤따라 왔다. 먼저 타고 있던 회원들이 노래 한 곡으로 신고를 받은 뒤에 태우라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뒤늦게 온 향우는 마냥 즐겁기만 했다.


산행 목적지는 충북 예산에 있는 해발 495m 높이의 덕숭산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수양처인 수덕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웬만한 초보자도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산이다.

서해고속도로를 지나 수덕사로 가는 도로변은 가을걷이가 끝난 뒤의 한가한 벌판에 볏짚 부스러기가 타며 잔잔하게 연기를 피우는 농촌의 정겨움을 뒤로 하고 목적지인 수덕사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관광객과 산행을 온 사람들도 많았다. 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땀이 베일 즈음 벌써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데 고문향우 한 분이 왈 “예전에는 금산에 나무 허로 댕길 적에 보리밥에 김치반찬 도시락으로 고무신 신고 나무 한 짐 해서 지게에 지고 바지기작대기 짚어가며 산을 거꾸로 타서 산등성이를 넘어 댕겼는데 요새는 좋은 고급 등산화 신고 뒷산 겉은 이 정도 높이산에 딸랑 도시락 하나 짊어지고 올라가능기 뭐이 그리 힘들다고 해샀는지 모르겄다”고 한마디 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말 그랬다. 그런 시절을 우리는 겪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앞서 올라가는 향우가 상당히 큰 보온병을 들고 올라가고 있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시래기 국이란다. 점심때 먹어보면 맛이 끝내 줄거란다. 정말 기대된다. 이윽고 정상에 올랐다. 정풍길 회장님이 소주 한 잔을 따라 사방으로 따르며 우리 안남회의 산행을 알리는 고시래를 했다. 소주 한 잔씩과 과일로 간단히 휴식을 취한 다음 사진 한 방을 찍고 하산을 해 중간에서 점심자리를 잡았다.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펴는데 정말 여러 가지 반찬들이 나온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고 이게 바로 산해진미인 것 같다. 보온병에 들어있던 시래기국이 제일 기대되었고 역시 한 그릇 먹어보니 산에서 먹는 시래기 국맛이 꿀맛이다.


박중배 향우가 양깐을 꺼내 놓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집어가는 젓가락이 서로 부딪힌다. 우리 옆집에서 20여년을 같이 살아온 진해가 고향인 동반자가 양깐을 먹어보더니 향도 좋고 맛도 있다고 아주 잘 먹는다. 이 반찬 저 반찬을 서로 권하며 두루 먹다보니 배도 부르고 거기다가 반주 한 잔씩을 주고 받으니 세상에 부러운 게 없는 이런 정겨움이 바로 우리 고향 남해 향우들의 이심전심이 아닌가 싶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하산해서 인근에 있는 덕산온천(싸이판)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니 한결 몸이 가벼운 것 같다. 온천장을 나오자마자 엿장수 아가씨의 품바타령과 음악에 맞춘 엿가위질과 장구소리에 7~8명 가량의 중년 남자들이 한 잔 술에 흥이 올라 관광춤과 게다리 춤으로 온몸을 흔들고 비비꼬면서 엿을 사는 폼이 우스꽝스러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행락 철이라 차량이 막힐 것 같아 서둘러서 지방도로를 이용해 귀경을 해 박성호 향우가 운영하는 갯벌낙지 수제비집으로 옮겨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박순창 향우가 미안하다며 산 저녁을 먹고 하루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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