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해삼 500g이 우리돈 600만원, 중국 고위층 최고 ‘인기선물’
스테미너 보양식 선호·경제 성장 영향으로 중산층까지 소비 확산

지난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5박6일간 중국 현지 해삼양식관련시설을 둘러보고 온 연수단 일행과 다롄 상품당 해삼전문회사 유운성 대표와 직원들

농수산업의 위기는 농어촌의 몰락이라는 등식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생계방식을 유지해 오고 있는 탓에 남해군의 농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남해군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마늘과 시금치 등 대표적인 남해 농작물이 요동치는 가격과 생산원가 상승, 국가간 FTA 등과 같은 위기에 놓여있는 탓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미치게 될 파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농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산업의 위기’라는 표현이 어제 오늘 생겨난 말이 아니다. 남해군 경제의 주춧돌이나 다름없는 1차산업 전반이 붕괴될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면이 바다인 남해.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때로는 활용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이 한정돼 있다는 약점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바다로 눈을 돌리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곳이 보인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세계지도를 흔히 보는 방향으로 보면 한국은 대륙 끝 작은 반도에 불과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오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했던 발상의 전환. 그 발상의 전환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지난 9월말 있었던 남해군의 해삼양식산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중국 현지 연수다.
5박 6일간 자국내 항공편을 제외하고 버스로 이동한 거리만 약 1800km. 해삼 양식 기술의 선진지이자 전 세계 해삼의 80~90%를 소비하는 중국. 남해군의 수산업이 처한 위기를 ‘해삼양식’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을 안고 찾은 남해군 연수단의 중국 대륙 원정기, 몸이 열정을 따라가지 못했던 분주했던 5박 6일을 본지 정영식 편집국장이 함께 했다. <편집자주>

<중국 현지 해삼산업 연수단 참가자(무순)>
박영일 군수, 정명근 해양수산과장, 해양수산과 최상준 주무관, 행정과 양창우 주무관(이상 남해군), 남해군의회 윤정근, 박종길 의원,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 김태익 박사, 경남도수산기술사업소 남해사무소 김홍균 계장, 앵강만해삼영어조합법인 이동형 대표, 이한배, 정정민 회원, 한수연 이창선 회장, 박정용 사무국장, 남해시대 김창근 편집국장, 본지 정영식 편집국장 이상 15명

▲남해 수산업의 희망찾기에 나선 대륙 원정대의 첫 출발
9월 26일 새벽 5시, 아직 여명조차 들지 않은 시간. 남해군청 앞 광장에 대기 중인 버스의 헤드라이트만이 칠흑같은 어둠을 밀어내는 유일한 빛이었다.
이날은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앵강만해삼영어조합법인 이동형 대표를 비롯한 민·관·학·언 등으로 구성된 연수단이 앵강만에서 자란 해삼의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대륙 원정을 떠나는 날이다. 연수단 일원인 박영일 군수는 출발 전날 있었던 향우기업 벤치마킹 일정으로 인해 인천공항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새벽 공기를 뚫고 약 5시간여를 내달려 일행이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때마침 한창이던 인천아시안게임 탓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탑승수속을 빠듯하게 마치고 원래 예정돼 있던 출발시간을 약간 넘겨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일행, 허둥지둥 타느라 반쯤 나가있던 정신을 차리니 창 아래로 서해가 내려다 보였다.
▲한국서는 ‘츠키다시’였던 해삼, 중국서는 ‘국민스타급’ 대접
전날 철야마감을 마친 탓에 가뜩이나 반쯤 혼이 나가있던 상황에서 얼떨결에 도착한 중국 다롄. 중국 최대의 해삼산지이자 랴오닝성에서 선양의 뒤를 잇는 제2의 도시인 다롄, 공항을 나서는 길부터 벌써 해삼 사진이 눈에 띈다. 공항 주차비를 받는 톨게이트 박스에 벌써 해삼과 전복, 가리비 사진이 그려진 랩핑 광고판이 둘러져 있었다. 뒤에 가이드를 통해 알고 보니 중국내 장즈다오(長子島)그룹과 함께 대표적인 수산가공기업으로 손꼽히는 하이얀다오(海洋島)그룹의 광고판이란다.
일행이 방문하기로 한 상품당이란 회사. 일행과 함께 중국 현지 방문길에 올라 현지 해삼양식과 관련한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준 전국해삼종묘협회 김재경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상품당이라는 회사도 중국내에서는 장즈다오, 하이얀다오와 함께 대표적인 해삼전문수산기업 중에 하나이며, 중국내 해삼 소비 증가로 인해 기업 매출도 덩달아 상승해 다롄 프로축구팀의 타이틀스폰서 등 연 광고비만 400억원 가량을 쓰는 중견기업으로 손꼽힌단다. 공항에서 상품당으로 가는 길목에도 상가 간판 곳곳에 ‘海蔘(해삼)’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간 한국에서는 해삼하면 포장마차에서 먹는 ‘서민’ 수산물 정도, 더 쳐줘봐야 횟집에서 메인 회접시 한 켠에 따라나오는 ‘서비스’, 소위 ‘츠키다시’정도로만 생각했던 해삼이 서해 건너 중국에서는 가히 ‘국민스타’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해삼아! 너 이렇게 비싼 몸이었니?!”
첫 날부터 원체 분주하게 움직였던 탓에 이동하는 차안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며 잠시 뒤 도착한 다롄의 상품당 매장. 정확한 회사명칭은 ‘요녕대련상품당해양생물유한공사’다.
일행이 도착한 매장은 ‘츠키다시’로 생각했던 해삼을 파는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된, 국내 유명백화점의 명품관 또는 보석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약 백여평 남짓한 규모의 매장에, 그것도 랴오닝성 제2의 도시인 다롄시 상업지구 중에서도 유수의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이 몰려있는 사허커우구(沙河口?) 한복판 노른자위에 위치한 상품당 매장에는 다양한 가공과정을 거친 해삼제품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다.
마치 금은방에서 상품들을 진열하는 것처럼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있는 해삼의 가격표를 본 기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건해삼 500g에 29,999위안, 연수단이 현지에 갔을 당시 1위안당 우리돈 187원이었으니 정확하게는 560만원. 일행이 방문한 매장에서는 이 제품이 가장 비싼 제품이었지만 이보다 1.5배 가량 더 비싼 제품도 있다는 것이 현지 상품당 직원의 설명이다.
문득 남해서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국립수산과학원 김태익 박사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중국내 고위층을 대상으로 강력한 부패척결 드라이브 탓에 한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과 가격이 폭락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 뒤에 중국정부와 공안 당국이 관료들의 뇌물비리와 호화접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항목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명품시계, 프랑스산 꼬냑, 해삼이 들어있을 정도다.”
일행이 방문한 매장에서는 가장 비싼 29,999위안, 우리돈 약 6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해삼, “너 이렇게 비싼 몸이었니?”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한국에서는 ‘츠키다시’ 신분으로 취급했던 해삼이 서해 건너 중국에서는 ‘특급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 중산층까지 해삼 맛에 심취, 높은 시장성 확인
다롄서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2일차부터 일행이 귀국할 때까지 일행의 현지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 최명훈 씨는 “중국 말에 ‘정책(政策) 아래는 늘 계책(計策)이 있다’는 말이 있다며 정부나 공안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고는 있지만 고위층에 인기가 있는 해삼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중산층에서의 선호도와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어 시진핑 주석 집권 초반 강하게 내건 부정부패 척결 분위기가 사그러들면 급속도로 해삼 소비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씨는 “해삼은 중국인들이 3대 진미로 꼽는 식재료인데다 해삼이 가진 면역력 증강효과, 고혈압과 동맥경화, 당뇨병 등에 좋다는 효능이 중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보양식품으로 꼽히는 탓에 수요는 갈수록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부정부패 척결 기침에 한국내 해삼산업이 감기에 걸려 있는 꼴이긴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남해 앵강만에서 생산된 해삼의 중국 진출이라는 연수단 일행의 가슴에 품었던 꿈과 희망이 한층 여물어지는 기분이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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