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가을 하늘 아래 노랗게 익은 벼를 콤바인을 이용해 수확하고 있는 농부의 얼굴에 풍요로운 미소가 번진다. 행여나 기계가 지난 자리에 이삭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콤바인 뒤 빈 논을 따르는 아낙의 눈동자가 꼼꼼히 논바닥을 다시 훑는다.
무릇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다. 노랗게 고개를 숙인 벼 이삭은 분명 봄부터 여름내 밤낮 가리지 않고 논을 오갔을 농부의 눈물과 땀이 알알이 맺힌 것이리라.
내년 1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들녘은 황금빛, 농심(農心)은 퍼런 멍’이 들었지만 “요 가마는 부산 사는 큰 딸네, 요 가마는 며느리 줄 거”라며 기계를 따르는 시골 아낙의 콧노래가 풍년가인냥 귓전을 울린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