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만 되면 늘 회자되는 말입니다. 치열하게 더웠던 한여름 뙤약볕을 한 켠으로 물리고 들녘 가득 오곡백과가 영글어 가는 모습을 보던 우리네 선조들께서 얼마나 신명나고 마음까지 풍성하셨길래 저런 말을 만드셨나 싶을 정도입니다.
남해신문도 추석을 맞아 가족, 친지, 지인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이번 추석특집호에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했습니다만 군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평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소 무거운 오늘에 발을 딛고 있는 탓일까요. 특집호의 내용이 들뜨고 신나는 것보다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내용들로만 주를 이루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 면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남해군의 산단 조성에 대한 논의는 아시는 것과 같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1960대 후반 대한민국을 휩쓴 산업화의 바람은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분단된 상황 속에서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도시는 성장했지만 농촌은 이 곳을 지켜야 할 젊은 아들딸들이 도시로, 도시로 발길을 향하는 바람에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혹자는 지난 50년의 대한민국을 ‘도시의 발전과 농촌의 몰락’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시각에 따라 얼마나 이 표현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시골에 사는 이들에게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해군도 바로 이 몰락한 농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이 무거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농(移農)현상의 심화에 따른 지속적인 인구 감소, 1차산업 종사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력 감소와 이에 따른 소득 감소, 1차산업의 근간마저 흔드는 정부의 도시중심, 2·3차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오며 이제 남해군을 비롯한 다수의 농어촌 지역은 지자체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지역 주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 바로 지난 2007년부터 군민들의 중지를 모아 시작했던 조선산단 조성 추진이었습니다. 이후 일반산단으로 그린에너지 화력발전소로도 불렸던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논란 등도 민심 분열로 인한 쓰라린 내홍을 겪기는 했지만 결국 지역발전을 위한 찬반 상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이름표는 바뀌었지만 피폐해가는 농어촌의 현실을 딛고 다시 일어나보자는 희망을 향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대내외적 여건의 탓도 있지만 이같은 몸부림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마치 엿장수 엿 자르듯 산단 논의를 선거때만 되면 자신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했던 우리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의 책임도 큰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또 다른 몸부림이 신재생에너지 산단 조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습니다. 아직 타당성용역조사의 결과는커녕 내용조차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어느 것 하나 이야기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군민들의 절박한 바람이 크다는 것입니다.
독일 속담에 “나무를 제대로 키우려면 어릴 때 더 많은 신경을 써라”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주로 일컫는 말로 쓰인다고 합니다만 일각에서는 큰 일을 시작할 때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철저히 대비해 나중에 대비하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산단이 남해군민들의 바람을 그대로 안게 될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우리에게 주어진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상황입니다.
전설로 꼽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크리스티 머튜슨은 “승리보다는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2년 우리는 패배도 승리도 없는 상처만을 안고 너와 내가, 이웃과 이웃의 마음이 갈라지는 가슴쓰린 패배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제 그 가슴쓰린 패배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짚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마음만은 즐거운 명절, 추석입니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마음으로 고향 남해의 발전을 위한 군민들의 마음이 한데 모이는 자리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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