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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없애자라는
거리공연에 나선 가수 김원중이 지난 7일 남해
에서 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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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남해공설운동장 앞 공연 가져

'바위섬' '직녀에게'라는 노래는 가수 김원중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요즘 매우 바쁘다.

그가 기획한 '잘 가라 지역감정 49재' 공연을 매일 한 도시씩 옮겨가면서 49개 도시에서 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꿈꾸는 자만이 세상을 얻을 수 있지'라는 대표곡을 담은 4집 앨범을 발표함으로써 대중 앞에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가 지난 7일 남해에 왔다. 초청을 받아 온 것이 아니라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망할 놈의 지역감정에 대해 사망신고를 내버리자는 메시지를 들고 굳이 남해를 선택하여 찾아온 것이다.

지난달 22일 남해군청홈페이지 통합게시판에 '잘 가라, 지역감정. 국민통합기원 49개 도시 순회 거리공연에 나서며'라는 글을 올린 사람도 그다. 그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추방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원하는 가수와 시인들이 8월 26일부터 10월13일까지 망국적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에 사망진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49재를 지낸다는 의미로 49일간 전국 49개 도시 순회거리공연을 벌인다"면서 "남해는 9월1일 공연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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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협찬한 남해사랑청년회 노래패 꼭두새벽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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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본 한 네티즌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모 정당에서 정략적으로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공세를 거리공연이라는 문화적 이벤트를 통해 시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 국민대통합을 이루어야한다는 취지는 공감을 하나 특정정당의 들러리 공연으로 지역감정극복의 순수한 뜻이 희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초 1일 하기로 했던 공연계획은 전날 닥친 태풍으로 인해 열리지 못하고 7일 오후 1시 공설운동장 앞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무대가 장착된 5톤 트럭을 이용한 말 그대로 게릴라 콘서트였다. 무대 한 쪽에는 이미 공연을 마친 11개 도시의 흙을 담은 병이 쪼르륵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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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에서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남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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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내용>

남해공연에는 먼저 남해사랑청년회 노래패 '꼭두새벽'의 공연이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향토작가 김경남(54·동남해농협)시인은 자작시 「바람부는 날」을 낭송했다.

           「바람부는 날」

세상천지에 어디 가서 물어 보라/ 하 뼘 산 너머에 선을 긋고/ 네가 사는 집이라 하여 내가 못 가고/ 내가 사는 집이라 하여 네가 못 오라/ 동풍이 불어 서편으로 가는 길목에 바람 잡을 사람 있는가?/ 서풍이 불어 동쪽으로 간다고 그걸 잡을 사람이 있는가?/ 말이 좀 다르면 어쩌며/ 음식솜씨가 좀 다른들 어찌하랴/ 같은 얼굴로 같은 모습으로 흰 옷 입고 즐기던/ 고향 사람 이웃사람 경주 김씨 광주 이씨/ 그런다고 누가 색깔 달리 살아온 일이 있었는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었고/ 아플 때에 서로 어루만져 주지 않았는가?/ 우수영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와서 왜군을 쫓아냈고/ 창녕의 곽재우 장군이 전라도로 들어가서 왜군을 치지 않았는가?/ 족보 없이 지역 없이 불어 가는 바람처럼/ 같은 사람끼리 우리 다 한마당에서 어울리자/ 경상도 피도 붉고 전라도 피도 붉다/ 전라도 머리카락도 검고 경상도 머리카락도 검다/ 거미줄 싸움판에 우리가 덜 떠 있었나/ 물위에 그림 그리던 것들을 버리자, 버리자/ 어허라 한바탕 민족 노래 부르자/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섞어서 불러보자/ 좋은 바람 부는 날/ 좋은 바람 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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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연은 한 때 그룹 천지인 싱어로 활동했던 통기타가수 손현숙, 여수에서 국악활동을 하고 있는 국악인 제정화의 '흥부가'가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지역감정을 없애자는 대의에 동참한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 다음 이 공연의 기획자이자 지킴이인 김원중이 무대에 올랐다.

차재원 전교조남해지회장이 유리병에 담은 남해의 흙을 김원중에게 전달했다. 모여든 사람들은 얼추 60명에 이르렀다. 김원중은 그의 인기곡들을 불러주었다. 그리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대해 사망신고를 내고 영원히 이땅에서, 우리들 마음에서 추방하자고 호소했다.

49개도시 공연이 모두 마무리되는 10월13일 영호남통합의 상징인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이번 49재 공연에 참여한 모든 가수와 시인들이 집결하여 대규모 마무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남해군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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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훈련하던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희생된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양 사건을 고발하는 사진전을 열어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이 땅에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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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희생된 두 여중생 사진전>

공연장 옆의 공설운동장 벽에는 지난 6월13일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희생된 두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양이 사고를 당한 현장사진을 게재해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벌어지는 피해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사진전을 본 사람들은 너무도 참혹하게 죽은 두 여중생의 모습을 보면서 당혹해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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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팀은 지역감정 사망신고를 내자는 10만명
서명운동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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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통합서명운동>

공연팀은 공연장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12월 대통령선거에 꼭 참가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감정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남해의 시민단체들이 이런 서면운동을 계속 펼쳐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인터뷰>

다음은 잠시 김원중과 나눈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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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통한 개혁운동가라고도 할 수 있는 가수 김원중은
이번 기획공연을 통해 보다 확고한 문화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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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공연 소감은
=9월1일 저녁공연이 태풍으로 연기돼 오늘 땡볕아래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쉽다. 태풍피해가 크다고 들었는데 마음으로나마 위로를 드린다.
△반응은 어떤가
=오늘이 12번째 공연이다. 가는 곳마다 우리의 처음 예상을 뛰어넘는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노무현 후보를 염두에 둔 공연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의식 있는 가수라고 자부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것들에 대해 뭔가 역할을 하고 싶었다. 87년 6월 항쟁을 준비하는 심정이랄까? 온갖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장례식을 치르고 사망신고를 해버리자는 것이다. 올해는 지역감정 49재, 내년에는 국가보안법 49재, 그 다음해는 부정부패 49재 등과 같이 우리가 사망신고를 해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즐거운 장례식을 치러주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둔 공연은 아니다.      

△앞으로의 일정은
49개 도시를 예정대로 순회하겠다. 마지막날인 10월13일 화개장터에서 그동안 공연에 참여했던 모든 가수들이 다 모이는 대규모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그날 남해에서도 많이 참석해주면 좋겠다. 그날그날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
www.peoplespower.org)를 참조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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