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탈을 쓰고 몹시 흉악하여, 몹쓸 짓을 하는 것을 말함〕
人 : 사람 인,   面 : 낯 면,   獸 : 짐승 수,   心 : 마음 심

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남의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행동이나 마음이 몹시 흉악하고 음탕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인면수심은 중국 후한(後漢) 역사학자 반고(班固)가 지은 한서(漢書) 열전(列傳) 흉노전(匈奴傳, 오랑캐에 관한 글)에 기록되고 있다.
흉노족의 잔악성을 묘사하는 글귀에서 북방의 오랑캐들은 매우 탐욕스럽게 재물을 약탈하고 사람을 납치하는데, ‘그들의 얼굴은 비록 사람 같으나 성질은 흉악하기 짝이 없어 마치 짐승 같다’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흉노족은 서한(西漢)시대 중국의 북방 몽골공원과 만리장성 일대를 중심으로 살았던 유목(遊牧)민족으로 형성한 나라들이다.
당시 한(漢)나라는 흉노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경제적으로 풍부하였으므로 흉노족들은 자주 한나라를 침입하였다. 흉노족의 수십만 기병들은 해마다 한나라의 북방 국경을 넘어 농가를 기습하여 가축을 약탈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납치하곤 했다.
인면수심이란 말은 본래 한족(漢族)들이 흉노족들을 멸시하여 쓰던 말이었으나, 이후에는 성질이 잔인하고 흉악한 짐승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한자의 뜻을 풀이하면 짐승 수 ‘獸’는 ‘개(犬)가 밭(田)에서 머리(頭)를 쳐들고 떼를 지어 짖고(哭)있다’는 글자로 ‘짐승같이 의리도 인정도 없는 개(犬)같은 사람’을 말하며 금수(禽獸, 날짐승과 길짐승)를 통 털어 개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남의 은혜를 모르거나 마음이 몹시 흉악하고 음탕한 사람을 인면수심이라 하고, 비슷한 성어로는 옷을 입고 관을 쓴 짐승, 곧 옷을 입고 관을 썼지만 하는 행동은 짐승과 같다는 의관금수(衣冠禽獸)가 있다.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를 넘어서 좌절, 절망과 무기력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는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정신세계에는 인간적 가치나 존재 의미,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유발하는 마인드가 치명적으로 결핍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니고 있으면서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의 행위들은 세인들로 하여금 놀라움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무엇을 잘못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오직 힘과 소유의 논리에 의한 승복만이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많은 범인(凡人)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던져주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사건의 교훈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면서 아직도 주변에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비로운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요즘 세태 정말 짐승 같은 사람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한다. 얼굴이 두껍고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는 이들, ‘철면피’와 같은 이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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