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일 문화재청 서기관이 가천마을 지적도를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위원회, 24일 최종 결정 내릴 듯

국내에서 경작되고 있는 논으로서는 최초로 문화재 지정 예고된 가천 '다랭이 논'이 정부와 주민간의 입장 차이로 결국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문화재청 관계자와 강상태 의원 등 가천 마을주민들 약 50여명은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명승'지정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최종 설명회를 가천마을 회관에서 가졌다.

하지만 이 자리는 그동안 4차례에 걸친 상호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었을 뿐 어떤 합의점도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 결렬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한 건의서와 설명회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밝힌 문화재청의 입장은 농촌문화경관으로 가치를 가진 다랭이 논이 향후 도시자본의 유입에 따른 난개발 등으로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재보호법으로 지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 지정 이후 필요하다면 충남 신두리 해안사구의 사례처럼 건교부 등 관계기관과 합의해 시가보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작되는 논으로서의 경관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정 후 계단식 논으로 일본, 필리핀 등 이미 문화재로 등록된 곳을 방문, 외국 사례를 조사해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다랭이 논 경작에 필요한 관리비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허영일 서기관은 "다랭이 논이 밀집해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인 도로 아래 부분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며 구역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명승' 지정에 대한 합의점
을 찾기 위한 최종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
 
  

문화재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주민들은 기존의 입장과 변화된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계속적으로 요구해온 재산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지정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화된 노인들이 다랭이 논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있어 당장에라도 병원에 가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의지할 곳은 토지밖에 없는데 지정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를 국가가 묶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허 서기관은 "현재 법규상 문화재 지정 후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부분에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실제로 주민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유지라 하더라도 보존해야 할 문화적 가치가 있다면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강상태 의원은 실제로 국가가 국립관리공원이나 수자원보호구역 지정 후 수혜를 보는 주민보다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실제로 어떤 수혜가 주어지는지를 주민들은 알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또 문화재관리보호법 조문에서 규제하는 내용들을 먼저 주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서기관은 "문화재 지정 경계로부터 300m 이내에는 건축이나 건설 공사가 제한되지만 기존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에는 다랭이 논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주민들은 다랭이 논의 문화재 지정 이전에 재산권 침해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 답변을 기대했고 문화재청은 지정 이전에는 보상문제 등을 거론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양자간의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체 주민들이 다랭이 논 명승 지정을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지정이 어려울 것 같다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문화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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