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8월 취재부장 직함을 달고 편집국장 직무 대행을 하면서 만 2년 9개월여, 1년에 약 네 차례 정도 발행되는 특집호에 게재되는 발행인칼럼을 제외한 사설과 데스크칼럼을 쓰면서 이번 주 칼럼처럼 오랜 시간 감정을 억눌러 가며 한 단락 한 단락을 써 내려 갔던 기억은 아마 없었던 듯 하다.
늘 지면이라는 귀한 재화(財貨)를 어떻게 하면 알차게 경제적으로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꾸려 내지 못할 때는 그 주 신문을 손에 쥐기가 사실 낯뜨거울 때도 많았다. 매주 적게는 20면, 많게는 32면 정도 전 직원이 고생해 만든 신문 중 데스크로서는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코너가 바로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설과 데스크칼럼이 게재되는 2면 좌측 지면이다.
사실 남해신문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애독자들은 2면의 이 코너를 먼저 펴 드는 독자들도 꽤 많다. 사실상 한주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던 사안이나 쟁점들을 주제로 하는 코너의 특성상 바쁜 시간을 쪼개 잠시라도 지역내 이슈를 읽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코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주 데스크칼럼을 쓰기까지 참 많은 고민과 끊임없는 자성(自省)이 있었다. 바로 나 역시 몸을 담고 있는 지역언론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먼 친척보다 취재 일선에서 더욱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비록 일하는 공간은 다르지만 때로는 서로 도우며 멋쩍은 웃음으로 사진이나 자료를 부탁하기도 해야 하는 일선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후와 29일 새벽, 뜻하지 않은 손님들을 맞아야 했다.
두 손님 모두 현재 군수 선거쟁점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 사안과 연계된 이들이었고 이들 모두 한 지역언론사의 취재요청을 받은 뒤 충분한 소명 기회도 갖지 못했는데 해당 언론사 담당기자와 연락이 되지 않고 전화기도 꺼져있다며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남해신문 외에는 자신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급해 했다.
다급한 심정에 신문사를 찾아온 이들 캠프관계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타 언론사에서 취재 중인 사안에 대해 이런 저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고려해 보겠다’는 말로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고심하고 있던 차에 해당 신문이 발행됐다. 다시 손님들의 발길이 신문사로 이어졌다. 이들이 우려한 형태로 기사화 되지는 않았는데 해당 신문사의 사설 성격을 담당하는 곳에 의혹 제기자의 주장이 일부 담기고 이에 대해 추가 취재하겠다는 입장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후보 측에서 질의에 대한 회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답변을 실을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번 주 취재과정에서 풍문을 통해 들었던 추측이 점차 윤곽이 명확해 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27일 이재열 후보의 경찰 고발 당시, 해당 언론사 소속 기자는 경찰에 고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경찰만 알 수 있는 고발장의 내용을 언급했고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 내용을 이미 본 것처럼 훤히 아는 상황에서 접수 사실만을 확인하고 해당 언론사 기자와 통화를 끊었다고 했다.
지역내 언론 관계자 모두 이재열 전 후보의 고발장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던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는 어떤 능력을 가졌길래…. 경찰 접수 직후 불과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고발장의 내용을 소상히 꿰고 있었을까.
또 반론권을 보장한다며 비위의혹이 제기된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내놓고 이에 대한 회신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부 주장을 사설란에 실어 마치 해당 후보가 무성의하게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처럼 보도하고 마치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양 사설 지면을 채워놓는 베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특히 타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을 게재한 특정 후보, 이 맥락과 딱 맞아 떨어지는 1면의 여론조사 신뢰성 의문제기,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은 ‘여론조사 결과 일주일새 큰 폭으로 변화’했다며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SNS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타이틀.
여론조사 공표 및 보도 금지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번 주 1면기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니 아찔하다. 특정언론에는 입만 열면 ‘언론의 중립’을 주구장창 강조하면서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특정 매체를 활용하는 또 이에 장단을 맞추는 앵무새 언론.
3기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위원장이자 언론학자인 최창섭 교수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제3기 마지막 지역주간신문사 세미나 기조발언에서 “지역언론이 망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언론이길 포기하고 기득권과 권력에 스스로 다가서는 것”이라 했다. 끝까지 염두에 둬야 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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