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보물섬 남해 곳곳이 밀려든 상춘객 인파로 온종일 일렁였다.
군 문화관광과 집계에 따른 공식 및 추정 방문객은 지난 4일의 황금연휴기간 동안 약 17만3천여명. 행정과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수 십년간을 통틀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남해군을 찾았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제기됐던 관광경기 침체 우려도 사실상 기우였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연휴기간 중 국제해양관광도시, 스포츠휴양도시 등 군정 3대 비전에 포함된 관광도시 남해, 최근 몇 년간 관광에 포커스를 둔 군정슬로건으로 다양한 관광 인프라 구축 및 축제·관광편의정책을 추진해 온 보물섬 남해의 현주소는 과연 이같은 국제해양관광도시, 휴양도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보물섬의 위상을 무색케 만드는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광경기가 가라앉으며 예상외의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치 못했던 측면도 있지만 준비 부족이라기엔 너무나 볼썽사나운 부끄러운 관광 남해의 현주소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급한 마인드 개선과 단·중·장기로 구분된 일관성있는 관광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소한 도로 여건 탓에 지난 연휴기간 동안 군내 유명 관광지 인근 도로는 차라리 주차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정도로 긴 차량행렬로 연휴 내내 몸살을 앓아야 했고, 관광객은 물론 농번기를 맞은 주민들조차 이동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긴 차량행렬로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남면 가천다랭이마을 인근과 삼동면 일대 도로에는 응급환자 발생시 이송조차 힘들 정도의 정체가 이어져 만일 불미스러운 사고라도 발생했을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도 이번 연휴기간 중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였다.
대규모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군내 주요관광지 주변 도로 여건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통합관광안내시스템과 주요관광지 인근의 교통관리 인력의 배치 부족, 간이화장실 설치 등 관광객 편의제공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필자도 군민의 한 사람으로써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거기다 관광객 천만명 시대를 준비한다던 관광도시 남해군에서 20세기 여느 구닥다리 유원지나 해수욕장에서 들어봤을 법한 불친절과 바가지상흔까지 기승을 부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도로 여건에 따른 지정체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이번 연휴기간 중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한 형편이어서 큰 불만이 제기되지 않았다. 문제는 열악한 도로여건을 감안한 남해군의 적극적인 교통관리대책조차 사전에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흘간의 연휴기간 동안 단 네 명의 교통외근 인력을 바탕으로 파출소 등 지역관서는 물론 본서 비번 인력까지 동원해 군내 관광지 및 주요 이동로 교통소통 업무를 도맡았던 경찰관은 연휴기간 교통상황과 개선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해 봐야 바뀔 것도 아니다”라는 자조섞인 푸념부터 내놓았다.
상황이 이러했음에도 연휴기간 군내 교통관리대책 사전 수립 등을 남해군 관계부서에 확인했지만 교통부서에서는 관광지 소관 부서로, 관광지 소관 부서는 교통관리부서 및 기관으로 각자 업무를 전가하기에 바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서간 업무 떠미루기로 인한 책임행정의 공백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 이른바 구조적 적폐(積弊)가 현재 남해에서도 그대로 상존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인근 지자체를 넘어 수도권 등 전국의 관광객은 물론 한·중·일 동북아 관광허브가 되겠다던 다부진 외침은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도 인력부족, 예산 부족 등 식상한 핑계거리에 묻혔다. 화장실에 들어섰던 관광객이 코를 막고 다시 나오는 촌극이 벌어지는 곳, 관광 남해, 보물섬 남해의 부끄러운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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