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원시어업 유산으로 명승 71호로 지정된 죽방렴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재도전이 결국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죽방렴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지자체의 준비가 소홀했다면 아쉬울 것 없겠지만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 유산 등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남해군 입장에서 이번 지정 무산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직설적으로 말해서 중앙부처 알력 싸움에 등터진 지자체, 더 강도를 높여 말하면 중앙부처의 횡포에 지자체만 상처를 입은 것이나 다름 아닌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완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돌담과는 달리 어업유산인 죽방렴은 그간 심사과정에서의 유리한 평가와 실사단의 유산 등재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유산 지정 주무 부처였던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되는 통에 사실상 전면 백지화 되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중에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왔던 곳들이 즐비하다. 가까운 중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국가의 관광지는 조상 대대로 잘 물려 내려온 역사문화자산 만으로 세계총생산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완도와 제주의 자산이 이같은 저력을 가진 콘텐츠로 인정받은 것은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단순히 우리 것이 제외되서 서운한 것을 넘어 이번 죽방렴 지정 무산의 이유치고는 중앙부처의 이유가 너무 궁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정부 들어 부처간 칸막이을 없애며 중앙부처간 협업을 목소리 높여 떠들어댔던 상황을 떠올리면 이번 죽방렴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유보는 그간 지정을 위해 오랜 기간 행정력을 기울여 온 지자체와 해당 주민들에게는 단순한 지정 유보나 배제의 의미만은 아니다. 공을 넘겨 받은 해양수산부의 전향적이고 신속한 어업유산 지정 실무작업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비록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그간 수고를 아끼지 않은 남해군 관계 공무원의 노고에도 심심한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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