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은 내달 1일부터 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한다고 한다. 군민들의 자유로운 여론게시의 장이었던 자유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게 되면 군민들은 그동안 익명성이 보장하는 자유로움 속에서 여론을 게시하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군의 결정은 익명성이 가지는 역기능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군은 익명성의 역기능을 차단하기 위해 함께 희생될 수밖에 없는 익명성의 순기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는 소홀해 보인다. 익명성의 역기능은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일 것이며 익명성의 순기능은 군정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와 비판, 제안, 여론의 소통이나 환기 등일 것이다.

군은 ‘남해군인터넷시스템설치및운영에관한조례’를 제정해놓고 있다. 조례 제6조에는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게시될 경우 얼마든지 삭제할 수 있다.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익명성이 가지는 역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만 관리자가 피곤할 뿐이다.

역기능의 경우 최악의 경우 명예를 훼손당한 당사자가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길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군이 자유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군이 너무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의 게시판 실명화 결정은 곧 군 홈페이지 접속자수의 축소로 이어져 군 홈페이지 활용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군 홈페이지는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보다 군민이나 향우, 관광객들의 접속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활성화된 효과를 바탕으로 군은 군민 생활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군 홈페이지를 통해 군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군정 홍보에 드는  비용을 많이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예상컨대 군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군민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고 오래 머무는 곳이 자유게시판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게시판 실명제라는 작은 화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군 홈페이지를 통해 소통되는 정보와 여론의 활용도 전체를 위축시키는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군정에 대한 근거 있는 생산적 비판과 좋은 정책 제안! 그것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은 없다.  

군의 자유게시판 실명제는 정보화시대로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의회 의원들조차 실명제에 찬성한다니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사이버시대에는 누구나 유익한 정보의 생산자가 되고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꼭 필요한 정보이지만 지역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익명을 빌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들이 생산하는 정보는 이제 익명성이 보장되는 지역언론이나 공무원노조, 군 의회 홈페이지 등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누가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여론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여론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군은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여론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결정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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