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반쪽이 비어버린 듯한 느낌의 장평소류지에서 봄 정취를 느끼며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갖고 규제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민간부문의 투자 활성화 유도, 부처간·지자체간 이견으로 인한 규제의 벽 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중앙정치권에서 부자, 재벌을 위한 규제 완화, ‘비합리의 정상화’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내 건 경제민주화 공약의 후퇴 등등 여야 중앙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 필자의 귀를 혹하게 하는 대목은 지자체와 중앙부처간의 권한 다툼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인허가 처리를 지연시키는 사례 등을 거론하며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이와 더불어 이른바 ‘면책감사’로 일컬어지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작금의 남해군 현실에서는 곱씹어 새길 만한 내용이라 여겨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국민과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 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일반 군민들은 물론 행정 일선의 공무원들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임에 틀림없다.
모든 남해군의 공무원이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무사 안일주의, 이와 더불어 이른바 ‘감사 무서워서 일 피한다’라는 통념 속에 사로잡혀 있는 점, 이같은 무능하고 나태한 일부 공직자의 태도로 인해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며 남해군민들 상당수의 뇌리에 ‘철밥통’ 끌어안고 자리만 지키는 공직자상으로 남을 때 진정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은 누가 할 것인가.
또 최근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전국적인 오명을 안은 남해군의회는 또 어떤가.
6대 의회 임기 중 조례 제·개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277개 기초의회 중 0.1건에 불과한 실적을 보여 전국 하위 1등을 차지했다는 분석을 담은 해당 보도는 ‘그러려니…’ 했던 군민들 사이에서도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라고 배지 달아줬더니 ‘외유성 해외연수’로 전국적인 망신 당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만 급급하다 종국엔 ‘전국 최고의 일 안한 기초의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그간 남해군의회는 집행부에서 넘어온 조례나 의례적으로 심사해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아닌 ‘거수기’, ‘집행부 발목잡기’ 의회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다시 논점을 공직자상으로 되돌려 지난 1월말 터진 우이산호 충돌 사고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냈음에도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어 봄은 찾아왔고, 검은 재앙 끝 터널을 빠져나와 맞은 봄은 여느 해의 봄보다 눈부셨다.
전국적인 봄 관광명소로 각광받던 장평소류지는 그간 쌓아온 명성에 비례해 올해 조성되지 못한 튤립단지로 군민은 물론 부러 이 곳을 찾은 상춘객들에게도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비록 남해군 행정에서는 이같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미조면에 튤립단지를 조성해 대체 식재지를 조성했지만 짧은 봄, 남해의 가장 경쟁력 있는 관광명소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공사를 핑계로 이 좋은 시절을 허비해 버렸다는 군민과 관광객들의 푸념에 대해서는 군 관계부서는 물론이고 남해군 행정에 몸담고 있는 이들 전체가 자성(自省)해 봐야 할 부분이다. 해당구간의 공사 착공시점은 공사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확인될 수 있는 사항이었고, 또 일부 공사일정에 걸리는 대목이 있더라도 장평소류지 구간 일부만 상춘객이 찾는 시기에 맞춰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한 군민의 탄식 섞인 원망에 대해 “전혀 실현가능성 없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남해군의회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선택은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남해군 공직자들에 대한 평가는 군민들의 평가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실천하다 발생한 착오로 인해 대통령이 말한 ‘면책감사’의 대상이 되는 남해군 공무원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군민들에게 박수 받는 ‘실수’를 하는 공무원을 자주 보게 되기를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만 왜인지 한 켠이 계속 빈 듯한 장평소류지 한 켠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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