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학교통폐합을 계기로 군내 작은 학교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중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학교가 있는데 각양각색이다. 그 풍경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가>'잘나가는'  설천초 덕신분교
"본교로 다시 만들어주세요"
학생수 지속증가, 복식수업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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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신초는 학생수 증가로 당분간은 복식수업 걱정이
없다.  사진은 학생수 14명인  5학년 학생들의 수업장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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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두 학년을 하나로 묶는 복식수업을 실시했던 설천초 덕신분교(분교장 류형기). 올해 몇 년만에 처음 복식수업이 없어졌다. 올해 학생수 증가로 2개 학년 13명이하라는 복식수업 실시 기준 숫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내년도 걱정은 없다. 예상 신입생 숫자가 12명이기 때문이다.

덕신분교의 학생수 증가의 큰 원인은 보기드물게 인근지역으로 젊은 층이 살러오려는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 이 학교 류형기 분교장은 "아마 노량 생태주택단지에  횟집을 지어 정착하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특히 그 지역학생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학생수가 늘고 복식수업이 없어지니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고 학교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 올해 봄 열린 군내 초등축구대회에는 분교팀으로는 첫 출전했고 일반 교육행사도 대부분 본교와 분리해 연다. 학부모회의 참석율도 90%에 육박한다. 오래된 다목적교실도 새로 정비할 계획이다. 반면 동창회는 다른 분교보다는 아직 활성화가 안 됐다고 한다. 지난해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덕신분교의 올해 전체 학생수는 56명, 내년에는 더 늘 전망이고  군내 분교들중 가장 학생수가 많다. 그래서 학교 관계자, 학부모, 동창들은 '복식수업 폐지'가 아닌 '본교재환원'의 꿈을 꾼다. 본교가 되면 각종 투자도 활성화되고 관리 인력도 더 늘며, 학교 입지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도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 지침은 없다. 다만 학생수가 앞으로 계속 증가해 일정한 숫자를 유지할 수 있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암시했다.  아무튼 요즘의 덕신분교는 보기드물게 잘나가는 분교다.

<나> 내년초 폐교 '다초'분교
입학기피·학원선호 따른 전학, 기반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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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조경이 아담하기로 소문난 다초초는 계속적인 학생
수 감소때문에 내년초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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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초 상덕분교와 함께 내년에 통폐합대상이 되는 이동초 다초분교.
올해 여름 학부모들중 1명만 빼고 통폐합에 찬성, 이를 남해교육청에 통보, 현재 행정절차가 거의 끝난 상태다.

사실 다초분교는 학구내 주민수로 보면 학생수가 그리 부족하지 않다. 
현재 전체 학생수도 32명으로 난령분교보다 더 많고, 유치원생도 7명이나 된다. 동창회도 재학생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학생은 줄고 전학생은 늘어만 갔다는 사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학교 부근에 살면서도 입학을 안시키고, 버스를 타고 읍으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증가했다. 학생수가 점점 줄고 복식수업도 하게 되면서 기왕이면 학원가기 쉬운 읍으로 보내자는 분위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생긴 것 같다. 작년에는 6학년이 아예 없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실제 다초초는 내년에 통폐합이 되면 현재 재학생들의 1/3정도는 읍으로 전학을 할 것이 예상된다. 

자는 "만약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다 들어왔다면 복식수업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동창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학교 시설도 잘돼는데 문을 닫게 돼 안타깝고 평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온 우리 아이들이 내년에 다른 학교에 전학가 적응을 잘 할지 조금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학생수는 적지만 꿋꿋한 '난령분교'
좋은 분위기 유지, 통폐합 소식 없다 
학부모들, 학교·동창회 정성에 큰 감사


난령분교도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의 신입생숫자는 딱 1명. 현재 유치원 생도 2명이다. 한 교사는 "1대1 교육도 좋지만 그래도 몇 명은 더 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난령분교는 적어도 아직 통폐합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비록 학생수는 적지만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학교 교사들과 동창회가 재학생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령분교 동창회는 매년 학생들을 위해 학용품을 제공하고, 어린이 신문도 구독해준다. 수학여행이나 소풍 경비도 상당부분을 대준다. 매달 학생들을 위한 간식비도 따로 챙겨준다. 매년 어린이 날마다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행사를 열어주기도 한다. 학교 관계자들은 "정말 흔치않은 동창생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들이 갖는 학교교육, 교사들에 대한 신뢰감도 강하다. 한 여자 학부모는 "교사들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너무 고맙다.  해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매일 오전 무료로 컴퓨터도 가르쳐주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이 끝나면 사진을 찍어 시디를 만들어주고 졸업앨범도 꾸며준다. 학교에서 학습지도 무료로 보게한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인 김용환씨는 "교사들이 너무 열심히 가르치고 분위기도 참 좋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중학교 진학하면 성적도 다 좋다고 한다"면서 "우리는 비록 학생수는 작고 복식수업은 해도 앞으로 계속 학교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은 학생수는 늘 고민의 대상.  절반의 수업인 복식수업으로 교사나 학부모들은 불만스럽다. 같은 학구지만 이동면의 몇몇 마을에선 다른 지역학교로 학생을 보내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 김용환씨는 "그 마을 학생들만 와도 복식수업을 줄일 수 있다. 직접 해당 학부모들을 만나 간곡히 부탁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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