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대전 성암 미술관을 취재해 달라는 재 대전 박재영 향우의 부탁을 받고 대전 유성을 찾았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온천동로 19-1번지에 자리한 성암 미술관은 월평 공원을 감싸고 강변에 숨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엔 모텔과 식당 건물 등으로 둘러싸여 5층 규모의 미술관이 시야에 얼른 들어오지는 않지만 건물 자체가 주는 단아함과 지역 유일의 고미술관이라는 체제성은 주변지역까지 예술의 향기에 젖게 했다.
성암 미술관이 개관한 것은 지난 2011년 12월, 개관기념으로 조선시대 회화 전을 연 후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의 기획전을 열어 지역에 고 미술품 전시의 초석을 다져 나가고 있다. 성암 미술관은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막상 '우리 것은 이런 것'이라고 자신 있게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사상을 깨닫고 미술관을 조성하게 됐다. 조명예 회장은 수집가, 설립자겸 기획자, 전시해설가 등 1인 다 역을 하며 성암 미술관의 지역명소 만들기에 땀을 쏟고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고미술 전시장, 성암미술관에서 만난 조대우 명예관장

"미술관을 지을 때부터 지역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자세히 보면 미술관 벽이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몽고에서 들어온 보석란 이라는 돌이란다. 옛 그림이 좋아 보고 또 보고 때론 안고 자기까지 한다는 조명예 관장의 그림사랑은 아버지 조준 씨로 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고 미술을 사랑하던 아버지가 수집한 옛 그림을 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미술 작품에 관심과 애정은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이 미술관을 짓고 운영하는 문제는 사랑과 관심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선은 재정적인 문제부터 만만치 않다. 조명예 관장은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슨 돈이 있어서 미술관을 지었느냐?"라는 질문 이라고 귀띔한다.
"저는 3남2녀의 장남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직계가족 22명이 수년에 걸쳐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상의를 했다. 처음에는 부모님 두 분은 중립적이셨지만 저를 뺀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저의 끈질긴 설득에 가족들이 하나 둘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결국 미술관을 짓는 데 동의하게 되었다.“
미술관을 짓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서울에 있던 집을 팔았다. 부모님은 장남이 있는 대전으로 이주해 대전 시민이 되었다. 조명예 관장은 아버지의 호인 성암을 따서 미술관 이름을 지어 묵묵히 지원해 준 아버지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조명예 관장은 성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작으로 단연 겸재 정선의 "월하 금강전도를 뽑는다." 미술관 등록 심사 때 심사위원들이 “이 그림 하나 만이라도 미술관을 설립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 했다는 작품이다. 아직까지는 미술관 소장 미공개 작품으로 남아 있지만 때가 되면 기획전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작은 미술관이지만 이곳으로 인해 지역에 고미술 애호가가 많이 발굴되고 예술적 품격이 높아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조명예 관장과 함께 1층 미술 전시실과 2층에서 3층까지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300여 년 전 조선시대 산수화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감탄에 감탄을 자아냈다. 조명예 관장의 작품 설명을 들으면서 조선시대로 빠져 들어가는 듯 했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수두룩했으며 훌륭한 작품을 수집한 조준 부친과 조명예 관장님께 고개가 숙여졌다.

조대우 충남 대학교 교수는 창선면 상신리 54-4번지에 부모님 조준(서울, 부산, 인천 세관장역임), 오막녀 여사의 3남2녀 중 장남이다. 현재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경영학 박사)로 33년 근무하고 있으며 부산 경남고,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국제경영학회 회장, 국제무역학회 회장 등 을 역임했으며 양정윤(성암 미술관 관장)여사와 장녀 조장은, 차녀 조상은(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막내 조원호(연대 경영학과 최우등 졸업 후 네덜란드 Duisenberg 대학원 석사)군을 두고 있다.
우리 것을 사랑하는 가운데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조명예 관장이 피력한 소박하지만 원대한 바람이다. 3월1일부터 3개월 동안 ‘근대서화전’이란 제하에 올해 첫 전시(6차)가 시작되며, 오원 장승업을 비롯한 구한말 화가들과 이상재, 민영익, 신익희, 김좌진, 조소앙, 이승만, 박정희 등의 글씨도 전시된다. 옛 선조들의 얼과 혼을 몸소 느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니 많은 남해군민, 재부, 재경 향우들의 관람을 바란다.
(월, 목요일은 휴관함 성암 미술관(042-822-7882, 010-6818-7096)
/윤혜원 서울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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