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설 명절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로 남해군 서부 연안 지역 주민들은 20년전인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밀려드는 기름덩어리와 눈물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 사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사고 직후 사고 회사인 GS칼텍스 측의 유출량 축소 및 늑장 신고, 해양수산부와 해상방제 임무를 총괄하고 있는 해경 등 관계당국의 안일한 초동대처 등이 기름유출피해를 더욱 확대시키는 원인이 됐고, 주무부서 장관이 벌인 웃지 못할 촌극 탓에 겨울철 칼바람을 맞아가며 방제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피해해역 인근 주민들의 마음에 대못질까지 해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안타깝다 못해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나 사고 발생의 책임을 지고 있는 GS칼텍스 측도 명백히 인재(人災)로 밝혀진 사고 경위와 원인에도 자신들이 이번 사고의 1차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향후 어민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보상 주체의 책임 논란을 비켜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향후 어민들이 입은 피해 보상 협의과정이 순탄치 못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징후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난 5일, 당정 협의를 통해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등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정부에 어민 피해를 선보상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해 이에 대한 긍정적인 정부의 검토 답변을 끌어낸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후에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매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은 가느다란 희망의 빛줄기마저 닫아버리는 듯한 절망적인 전망이 다수여서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이들의 전망에 따르면 가까운 예로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의 보상협의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며 피해지역 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국외 사례로는 사상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1989년 미 알래스카 연안에서 일어난 엑손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의 보상 협의도 무려 19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미 연방대법원에서 징벌적 강제규정이라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판결을 내놓으며 일단락됐던 사례도 있다. 엑손발데즈호 사건의 일부 보상 협의와 사고 대응 초기 무분별한 유화제 살포로 인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방제 작업으로 인해 발생된 2차 피해는 아직도 보상협의가 재판정을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모 지역매체에서는 엑손발데즈 사고를 해상오염사고의 수범사례로 거론하며 이와 같은 사고수습책과 향후 대책마련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도 엑손발데즈호 사건은 전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과 언론매체에서 ‘거대 정유기업이 인류를 상대로 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해당 매체도 이같은 대규모 해양오염사고로 인해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피해와 영향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적극적인 당국의 사고수습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논조에서 예로 든 것이긴 하지만 당시 전 세계의 비난 뭇매를 피하기 위해 엑손社가 벌인 몇가지 ‘쇼’를 예로 들어 이번 사고 수습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현재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사고 회사인 GS칼텍스측의 오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주장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에 따라 유발될 수 있는 2차 피해를 저감시키기 위한 신속한 방제 작업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이번 사고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는 수혜는 모두 안아가면서 이 과정에서 자연재해건 인재건 발생되는 피해에는 눈을 돌리고 귀를 막으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사고가 개탄을 금치 못할 안타까운 사고이긴 하지만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광양만권 일대의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여론의 환기, 중앙정치권의 책임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더욱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해군 서부해안 주민들의 힘겨운 방제작업이 작은 희망이라도 거두려는 눈물겨운 사투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가 남긴 교훈은 사고가 반복됐듯이 대책도 사후약방문식으로 반복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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