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성없는 전장(戰場) 종자전쟁 현장을 가다
<기획> ‘총성없는 전장(戰場) 종자전쟁 현장을 가다
  • 정영식 기자
  • 승인 2013.12.2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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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류의 보물창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

식물·동물·미생물 등 전 분야 유전자원 34만여점 보유, 세계 5~6위 규모
지자체 종자은행 설립,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투자 영역, 신중히 접근해야”

<글 싣는 순서>
①종자, 우리 것에 집중하다 - 충남 당진시 종자은행
②종 자원(種 資源) 확보 노력, 국내 현실은?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
③되풀이되는 남해군 종자 문제, 해법을 모색하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 외부 전경

올 한해 남해군의 농업 현안 중 가장 세간의 논란이 뜨겁게 일었던 대목은 외지산 종구의 무분별한 유입이 원인으로 지목된 스폰지 마늘 논란과 최근 시금치 발아력 약세 현상 출현으로 인한 시금치 종자 논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지리적 특성과 농어업 분야 등 1차 산업 비중이 군내 전체 산업비중의 68%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소득과도 직결되는 농업분야에 있어 농한기 마늘과 시금치는 각각 매년 400억원, 1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창출하는 중요한 작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속적인 이농현상의 심화와 이에 따른 영농인력 고령화로 지역내 주요 농한기 소득작목에 대한 새로운 영농정보의 습득과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농사 풍흉을 가름짓는 종자(種子)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외지산 종구 반입, 종묘회사 의존도가 높은 종자확보 방식으로 인해 매년 대외적인 변수에 의한 논란이 지역내 이슈로 반복되고 있다.
본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에 따른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이번 주부터 3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 및 국가기관에서 추진되고 있는 종자원 확보노력의 현실, 군내 종자원 확보 및 보전 현주소 진단과 더불어 언급한 것과 같이 매년 반복되는 종자 논란을 방지하며 이미 ‘총성없는 전쟁’으로 일컬어 지고 있는 종 자원 확보 경쟁의 중요성에 대한 일선 농가와 농정당국 등 유관기관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획보도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국 종자원의 보고(寶庫),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
무분별한 외국산 종구유입과 종자시장의 공룡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해외종묘시장과의 경쟁에 밀려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 토종자원을 보호하고 일선 농업현장에서 우리 토종종자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자 했던 이번 기획기사.
그런 의미에서 한국 종(種) 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는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의 방문은 단순히 토종종자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토종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했던 기획 취재 취지의 외연을 확장시켜 준 중요한 곳이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산하의 ‘종자은행’이다. 앞서 당진시의 ‘종자은행’은 앞서 언급한 토종종자 보존과 보호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돋보였던 곳이라면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제적인 종자 전쟁의 전장 일선에서 대한민국의 부와 미래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유용한 유전재료를 통틀어 보존하고 지속적인 활용방안의 근간 자산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단순히 농업유전자원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존가치가 큰 식물, 동물, 미생물 등 가히 전 분야를 망라한 생물자원을 모두 모아 보존, 평가, 관련기술 개발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이 곳이기도 하다.
농업유전자원센터 박홍재 연구관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센터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현재 이 곳에 보관돼 있는 보존유전자원의 현황이 적힌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식물종자 1777종, 식물영양체 996종, 미생물 6565종, 곤충·누에류 18종, 가축(생축·생식세포) 11종 등 총 9367종에 약 34만5800여점의 유전자원이 보관된 이 곳은 세계 종자시장에서도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존 규모를 띠고 있다.
이중 식물 종자만 18만점 이상, 영양체 2만 8천여점 등 22만여점 등 사실상 이 곳의 절반 이상의 유전자원이 식물종자에 해당한다.
▲“이 곳 종자은행은 ‘노아의 방주’에요”
세계 5~6위의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그간 이 곳이 해 온 노력은 어떠했으며, 또 이를 토대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곳일까.
이 시설은 종 자원 확보가 현재는 물론 미래 식량안보와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가치에 중점을 두고 기후변화와 극심한 환경파괴에 따른 근연 야생종 소멸 및 육성품종의 재배면적 확대로 인해 유용한 재래종이 소멸되는 등 생물다양성 감소 가속화 현상을 막기 위해 이들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보존 및 지속적인 활용 방안 모색을 미션으로 띠고 있는 곳이다. 이런 차원에서 1987년 농진청 ‘종자은행’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이후 1991년 농업유전공학연구소 유전자원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2008년 현재의 기관명으로 개칭,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정확히 이같은 기관 명칭의 개칭과정은 종 자원 확보와 이 종자원 활용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점차 종 자원 확보에서 시작해 증식, 원종 개발 연구 분야가 특화되고 원종을 활용해 일선에 보급, 육종하는 분야가 전문화·세분화 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실제 이 곳에서 수집돼 증식된 뒤 국가등록번호를 부여받아 또다시 증식과 모니터링, 종자 가치의 평가 연구 등이 이어지게 된다. 이후 기본적인 종 자원의 가치가 입증되면 이 종자는 작목기관이나 연구소, 전문 육종가 등에게 전달돼 이른바 원종으로서의 기능을 입증하게 되고 이후 과정은 이들에 의해 채종포 등에서 육종, 일선 농가까지 보급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농업유전자원센터의 핵심적인 역할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전자원을 확보해 안정적인 시설과 조건에서 증식하고 종 자원 가치 발굴을 위한 연구를 한 뒤 일부 제한된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까지다. 보존 시설은 4℃ 온도의 중기, -18℃의 장기, -196℃의 초저온저장시설로 짧게는 종자를 30년에서 100년이 보존 가능하도록 한 시설과 유전자원에서 추출한 DNA뱅크 시설 등이 이 곳에 모두 들어있다.
단 한 립의 씨앗일지라도 어떻게든 가져와 이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며 중부아프리카는 물론 세계의 오지 곳곳을 평생 다녔다는 박홍재 연구관과 이 곳 센터장인 김연규 농학박사의 여담은 오늘 이 곳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런 이야기 끝에 두 사람은 “이 곳이 전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노아의 방주’이자 ‘21세기 보물창고’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자체 단위 종자은행 설립, “고맙지만 신중해야”
각 일선 독농가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지자체 단위의 종자은행 설립에 대해 종 자원 연구 분야에 전문가인 이들의 의견은 어떨까.
김연규 센터장과 박홍재 연구관은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너무나 고마운 일이죠”라면서도 이내 뒷말을 바로 이어붙였다.
종 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확산되는 것은 좋지만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투자 여건을 갖추지 못한 지자체의 이른바 종자은행 설립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직언인 셈. 실제 이 곳 농업유전자원센터내 근무인력은 행정과 기능 인력 일부를 제외하고는 농학 또는 유전공학 분야에서 박사급 이상 전문인력이 종 자원 확보에서부터 보존, 증식, 원종 개발까지의 전 과정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런 탓에 투입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이 곳에서 모든 종자원을 보존 관리하기 힘든 탓에 각 분야별로 민간 또는 지자체의 관리기관을 지정해 유전자원 관리에 일원화를 꾀하고 육종과정에서도 타 종자와의 혼종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전문적인 인력이 이를 관리한다. 남해에 소재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도 참다래와 마늘 작목분야의 농업유전자원센터 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단 한 립의 종자를 원종 단계까지 개발해내고 일선 농가에 보급되는 육종과정을 거치기 까지의 단계이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들은 소위 ‘종자은행’이라는 명칭만으로 단순히 저온 저장고에 넣어 두는 일부 일선 지자체의 ‘종자은행’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의 틀에서 인식을 같이 가져가는 것은 좋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온실 짓고, 저온저장고 들여놓는 것은 ‘종자은행’이 아닌 일선 농가의 ‘종자창고’나 다름없다는 것. 제대로 된 종자은행이라면 종자의 특성을 연구하고 이 종자가 어느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종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 우수형질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고 아직 지자체 단위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지속시켜 나가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이 곳 시설에서 보고 느낀 포인트였다.
<다음호에 이어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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