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전국 최초 지자체 단위 종자은행 설치
자체 채종포 운영→우량종자 공급→지역농산물 경쟁력 제고

<글 싣는 순서>
①종자, 우리 것에 집중하다 - 충남 당진시 종자은행
②종 자원(種 資源) 확보 노력, 국내 현실은?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
③되풀이되는 남해군 종자 문제, 해법을 모색하다!

올 한해 남해군의 농업 현안 중 가장 세간의 논란이 뜨겁게 일었던 대목은 외지산 종구의 무분별한 유입이 원인으로 지목된 스폰지 마늘 논란과 최근 시금치 발아력 약세 현상 출현으로 인한 시금치 종자 논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지리적 특성과 농어업 분야 등 1차 산업 비중이 군내 전체 산업비중의 68%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소득과도 직결되는 농업분야에 있어 농한기 마늘과 시금치는 각각 매년 400억원, 1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창출하는 중요한 작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속적인 이농현상의 심화와 이에 따른 영농인력 고령화로 지역내 주요 농한기 소득작목에 대한 새로운 영농정보의 습득과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농사 풍흉을 가름짓는 종자(種子)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외지산 종구 반입, 종묘회사 의존도가 높은 종자확보 방식으로 인해 매년 대외적인 변수에 의한 논란이 지역내 이슈로 반복되고 있다.
본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에 따른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이번주부터 3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 및 국가기관에서 추진되고 있는 종자원 확보노력의 현실, 군내 종자원 확보 및 보전 현주소 진단과 더불어 언급한 것과 같이 매년 반복되는 종자 논란을 방지하며 이미 ‘총성없는 전쟁’으로 일컬어 지고 있는 종 자원 확보 경쟁의 중요성에 대한 일선 농가와 농정당국 등 유관기관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획보도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충남 당진시, 전국 최초 지자체 단위 종자은행 설립 이유는?
충남 당진시는 충청남도 서해안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1월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환황해권 중심도시라는 비전 아래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인구 16만의 당진시는 석문국가산단에 현대제철 등 철강업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너른 예당평야를 중심으로 충남도내 농업 비중의 상당 규모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농업도시였다.

▲올해 5월 문을 연 당진시농업기술센터내 종자은행의 외관과 내부 시설의 모습

최근 들어 국가산단에 입주한 철강업체 등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제철 등 2차산업으로 급격히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지만 유서 깊은 농업 역사를 탓에 여전히 전체 인구의 22%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기존 농경지외 석문간척지, 송악고대부곡지구 매립지 등 새롭게 조성된 농경지에서 벼와 사료작물, 콩, 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경작·재배해 인근 충남·대전권역은 물론 수도권 지역의 농산물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우리 남해군과 같이 친환경농업도시를 지향하는 곳 중 하나다. 쌀 중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해나루쌀’이 생산되는 곳도 이곳 당진이다.
대표적으로 ‘해나루쌀’의 브랜드 가치 기반 확보 등 이미 잘 다져진 농업기반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충남 당진시가 전국 지자체 단위 최초로 종자은행을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충남 당진시농업기술센터 류영환 친환경농업과장은 “종자는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희망의 열쇠”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종 자원 확보의 정책적 가치에서 출발, 우량종자 안정적 공급 초점
충남 당진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초 종자은행 설립·운영에 앞서 친환경농업과 내 종자개발팀을 신설했다. 종자은행 설립 최초 계획을 수립할 당시 T/F팀 형태로 설립 준비과정을 추진해 오던 기구를 올해 5월 종자은행 개관과 더불어 본격적인 전담팀을 새롭게 편성·배치한 것.
몬산토, 신젠타, 파이오니어 등 해외 공룡급 종묘회사가 국내 종묘시장을 위협하고 이에 따라 국내 고유종의 보전 필요성 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상황, 충남 당진시는 우선 정부 보급종 부족과 일부 종자의 민영화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과 종자은행 설치 운영과 연계된 자체 채종포 운영 및 우량종자의 안정적인 관내 공급을 통한 농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종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이같은 정책적 목표 외 충남도 농림국장 등 농정분야 행정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농업분야 발전방향에 평소 깊은 관심을 두고 있던 이철환 당진시장의 민선 5기 공약사업에 채택되며 종자은행 설립추진에 탄력을 붙이게 됐다.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김선호 종자개발팀장의 안내로 기자가 찾은 종자은행은 529.56㎡의 면적에 종자 정선과 섭씨 14℃의 일정 온도로 건조, 저장이 가능한 사일로 시설 2기와 종자검사실, 유전자원보관실, 사무실과 기타공간으로 나뉜 창고형 시설물이었다.

▲영하 18℃의 장기저온보관시설 내에는 당진시가 자체 수집계획에 따라 확보한 토종종자 및 정부보급종, 희귀종자 등이 각 작물유형별로 나눠 진열돼 있다.

당진시는 이 종자은행에 현재 새누리, 새일미, 대보종 등 지역내 주요 재배 벼 품종을 비롯해 검정콩, 수수, 팥, 참깨 등 밭작물 종자, 보리, 밀 등 맥류, 청보리, 유채 등의 사료작물 종자, 베틀콩과 녹두 등 토종종자 등 약 200여종의 종자를 유전자원 보관실에서 영하 18℃의 온도에서 장기냉동 보관하는 등 종 자원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종자 확보 방식은 농촌진흥청 및 국가 시험기관에서 육종된 원종을 확보해 보관하거나 종자은행 설립에 즈음해 원종 기탁 및 토종종자 수집계획을 수립해 일선 독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던 토종종자를 공모·기탁 또는 일부 구매의 형태를 거쳐 종 가치에 따라 단·장기 보관시설로 나눠 관리하고 대다수 종자는 자체 채종포에 식재해 증식, 채종한 뒤 일선 농가 신청에 따라 공급하는 체계를 띠고 있었다.

▲보관만으로는 의미 없어, 농가 보급 통한 소득 증대 추진
단순히 종 자원 보존과 자원 확보 차원의 종자은행 설립과 운영계획이었다면 당진시의 종자은행 설립이 전국 지자체 단위 최초라는 것 만으로는 의미가 없었을 것.
당진시 김선호 종자개발팀장은 “종자는 발아, 증식능력이 검증돼야 종자라고 할 수 있다”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일부 확보량이 적은 토종종자나 일부 희귀종을 제외한 벼, 밭작물, 사료작물, 토종종자는 농업기술센터 직영 자체 채종포나 당진시 관내 우수 농업인들이 경작에 참여하는 시범포를 통해 종자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종자는 종자기술사 자격을 갖춘 김선호 종자개발팀장의 관리 아래 수확 및 채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종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건조, 정선, 포장의 과정을 거쳐 농가에 공급된다. 올해 5월 종자은행이 문을 열기 이전 당진시는 이미 당진시 관내 우량농경지에 위치한 19.3ha의 자체 채종 및 시범로를 활용해 벼 종자만 103톤, 타 밭작물, 맥류, 사료작물, 토종종자 등까지 총 300톤 규모의 채종 규모를 확보, 농업인들의 사전 의견을 수렴한 종자보급계획에 맞춰 정부 보급종 공급가격의 약 90%선의 가격으로 관내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벼 종자만 놓고 볼 때 보급종 생산 시범포 및 채종포 면적의 한계로 인해 연 확보되는 103톤의 물량은 전체 당진시 벼 종자 소요량에 10%선에 불과하지만 전체 작물의 자체 공급선을 따져보면 전체 작물의 19% 내외에서 관내 우선 공급이 이뤄지고 이를 통한 농산물의 경쟁력 확보, 농가소득 연계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행정부담 “어떤 일이건 부담 없을 수 없어”
종자은행은 올해 5월 문을 열었지만 정부 보급종 등 원종 확보, 자체 채종포 운영을 통해 확보된 우량종자를 검사와 건조, 정선, 포장의 과정을 거쳐 농가에 보급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다. 우량종자 공급으로 인한 당진시 관내 농업인들의 호응은 이미 이 과정에서 입증됐다. 이같은 기반 속에서 비록 시설이나 예산 규모면에서는 소규모지만 전국 지자체 최초의 종자은행을 확충하게 된 것.
당진시농기센터 김선호 종자개발팀장은 “단순히 종자은행 운영을 통해 우량종자 농가 공급이라는 차원을 자본과 소득과 연계해 감안하면 투자되는 노력에 비해 아주 미미한 것으로 생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기관으로서는 갈수록 늘어가는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유전자원적 가치에 주력한다는 정책적 취지가 있는 것이고, 또 시범사업 지원 등으로 농가의 종 자원 가치 공감대 형성 및 확산 등 실질적인 소득과는 다른 무형의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기대를 걸 만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팀장은 “몇몇 선도농업인을 제외하고는 종자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농업인들이 다수고 특히 정부나 행정기관이 보급한 종자에서 문제가 생기게 될 경우 집단 항의와 보상 요구로 이어지는 등 행정적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하지만 어떤 행정행위건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고 행여 이같은 집단 민원 및 보상에 대비한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주민 공감대를 점차 확산시켜 가는 선행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김 팀장은 “무엇보다 일반 농가와 농정당국의 인식 일치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각종 영농인 교육 등 일반적인 행정의 지도와 홍보도 중요하지만 일선 농업인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농정담당 공무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제공되는 일상 영농정보의 공유가 이뤄지는 등 잦은 농업인과의 접촉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