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건물에 문화로 숨을 불어넣자
죽어가는 건물에 문화로 숨을 불어넣자
  • 김동설 기자
  • 승인 2013.11.2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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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건물 재생 우수사례, 남해군 적용방안은?

<글 싣는 순서>

①관광남해, 부정적 영향 미치는 관내 방치건물

②폐건물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 빛났다

③방치건물 재생 우수사례, 남해군 적용방안은?

 

남해군은 ‘보물섬’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고품격 관광휴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곳곳에 방치돼 있는 공사 중단 또는 미활용 건물들이 관광남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방치건물은 도시 미관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 및 청소년 탈선 등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은 시설물 안전상 심각한 붕괴위험까지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남해군의 방치건물 사례를 살펴보고 타 시·군의 폐건물 재활용 우수사례를 소개, 지역의 관광이미지와 부합되는 특색 있는 관광·문화시설로 되살려 관광객 확보 및 쾌적한 지역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남해군 방치건물재활용, 선결과제는?

폐건물 재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호에 언급한 바와 같이 민·관·전문가 간 의견조율이다. 방치건물재활용에 대한 시민과 관의 일치된 의견과 신중한 콘텐츠 선정은 방치건물의 생명력을 되돌려놓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백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의견이 모였다고 해서 폐건물 재활용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세부적인 계획과 행정처리, 설계와 시공, 홍보 작업까지 많은 작업들이 남아있다. 그럼 폐건물재활용과 관련해 의견조율 이외의 선결과제는 무엇일까? 인천아트플랫폼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두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MA제도 도입으로 꾸준한 추진력 확보해야

인천아트플랫폼 기획과 조성에 크게 기여한 황순우 건축가(바인건축)는 “민·관, 전문가 간 의견일치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일관된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황 건축가의 발언은 각 지자체의 사업 진행 도중 지자체장이나 담당자가 교체될 경우 사업의 방향이 변하거나 사업자체가 어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황순우 건축가는 “폐건물 재활용 사업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접근해야할 사안임을 감안, 지자체장 및 담당공무원 교체 시에도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남해군도 MA(Master Architect·총괄건축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MA제도란 여러 사업주체가 시기를 달리하면서 개발하던 건축단지에 대해 실무경험과 이해조정 능력이 뛰어난 1인의 건축가를 위촉해 단지의 기획에서 부터 마스터플랜 작성, 서로 다른 계획 주체들의 설계조정과 지도에 이르기까지 전체 개발 과정을 콘트롤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제도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 샤를드골 공항과 고속열차 테제베(TGV) 역사를 건립하면서 이를 적용했으며 일본도 1970년대부터 새도시 개발 때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총괄건축가를 포함한 77명의 공공건축가를 임명했며 지난 8월 열린 ‘서울건축선언’ 선포식에서도 서울의 모든 공공건축을 관리하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키로 한 바 있다. 인천광역시 역시 인천아트플랫폼 조성에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 황순우 건축가가 MA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집중하면 ‘관광’은 따라온다

또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변광섭 홍보부장은 폐건물을 문화시설로 재활용하려면 본래 목적인 문화(예술)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한다. 변광섭 부장은 “관광을 생각하는 순간 예술은 줄어들게 돼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차라리 관광에 투입하려는 예산을 예술적 가치를 더 높이는데 쓴다면 아름다운 것,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 모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올해 비엔날레는 60여 개국, 3천여 명의 작가가 6천여 점의 작품을 출품해 역대 최대의 공예축제로 개최됐다. 특히 연초제조창을 재활용해 열린 지난 7회 대회부터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폭증해 이번 8회 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 공예전문가에 더해 도시재생 전문가들까지 방문,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는 폐건물 재활용이라는 의미를 예술에 담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방치건물 재생 우수사례, 남해군 적용방안은?

△관내 폐건물 재활용 전문가들, 다양한 의견 제시

지금까지 방치건물 재활용에 앞선 선결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그럼 남해군의 폐건물들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폐건물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는 남해군 전문가들은 관내 폐교나 방치건물 활용을 두고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구 성남초등학교를 이용해 ‘길현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길현 관장은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1박 2일 캠프장’을 적극 추천했으며, 물건초등학교를 재활용해 ‘해오름예술촌’을 운영하고 있는 정금호 촌장은 ‘체험대학’과 ‘미니동물원’을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길현 관장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한 작품전시, 지역의 특성을 가미한 1박 2일 캠프 프로그램은 관광객 유입 및 지역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정금호 촌장은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체험대학’, 토끼·오리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모아놓은 ‘미니동물원’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내 각 폐건물, 적절한 재활용 적용방안은?

이제 두 전문가의 의견을 포함해 지난 1161호에서 예를 든 남해군 각 방치건물에 적합한 재활용방안을 찾아보자.

먼저 설천초교 덕신분교는 국도 19호선과 인접, 접근이 쉬운 장점을 살려 ‘체험대학’, ‘1박 2일 캠프장’ 등 관광객 관련시설로 운용하면 좋겠다. 체험이나 캠프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대부분이고 대체로 ‘아빠’가 운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장소를 찾기가 쉬우면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한 아빠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스레 온 가족이 좋은 분위기에서 체험·캠프를 시작할 수 있다. 재미있는 남해방문을 위해 체험 및 캠프프로그램 발굴에 신중을 기해야함은 물론이다. 프로그램으로는 삼베마을을 이용한 ‘베 짜기’, 편백나무를 활용한 ‘침구 만들기’, 수족관을 이용한 ‘어촌 체험’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또한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덕신분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호에 예를 든 건축중단 건물들은 아직 구체적인 재활용 방안을 거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지역언론이 그 방법의 예를 드는 정도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창선면 숙박시설과 서창선초등학교의 경우 뛰어난 ‘바다조망’과 ‘해안접근성’을 이용, 숙박비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적합하다. 창선면 방치건물은 이미 숙박시설을 목적으로 짓던 것이어서 설계에 조금만 변형을 가해 완성한다면 좋은 숙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서창선초교 게스트하우스 역시 바다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제공할 수 있을 듯하다.

이어 남해읍 공동주택은 문화적 활용은 아니지만 ‘공무원 및 교직원 아파트’로 이용하면 좋겠다. 취재과정에서 이 건물을 방문해 본 결과 각 세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관청과 학교가 가까우며, 각 면으로 통하는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임대한다면 그들의 주거안정과 업무효율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실 발생 시에는 기숙사 입사에 어려움을 겪는 남해대학생들에게 제2 기숙사로 제공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이 경우는 학교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음주가무·혼숙 자제 등 학생들의 자발적인 품위유지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외 동창선과 북창선초교 등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적용해 작가들을 유치하면 지역 활성화와 함께 학교 인근지역의 문화향유수준제고와 지역이미지 변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청소년 문화시설이 부족한 남해 사정을 감안해 PC방, 노래방 등을 갖춘 ‘청소년문화센터’도 폐건물 재활용시설로 생각해 봄 직하다.

 

▲방치건물 재활용, 군민의 관심이 시작이다

이글을 보시는 독자들 중에는 기사에서 제안한 내용을 ‘뜬 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또한 열악한 남해군 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치건물 재활용은 ‘주민의 관심’으로 시작된다. 인천아트플랫폼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도 지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성공의 단초가 됐다. 전주시 니어리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의 아이디어와 투자로 이뤄진 것이다.

또한 눈을 넓혀보면 일개 마을이 주도한 커뮤니티 비지니스 시설도 찾을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리립 조랑말 박물관’이 그 예다.

남해군민들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폐건물을 재활용한 문화시설 조성이 가능하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주변의 방치건물을 유심히 살펴보고 생각을 같이하는 주민과 뜻을 모아보시기 바란다. 그 작은 관심이 10년, 20년 후 남해군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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