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건물에 문화로 숨을 불어넣자
죽어가는 건물에 문화로 숨을 불어넣자
  • 김동설 기자
  • 승인 2013.11.1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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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 빛났다

<글 싣는 순서>

①관광남해, 부정적 영향 미치는 관내 방치건물

②폐건물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 빛났다

③방치건물 재생 우수사례, 남해군 적용방안은?

 

남해군은 ‘보물섬’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고품격 관광휴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곳곳에 방치돼 있는 공사 중단 또는 미활용 건물들이 관광남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방치건물은 도시 미관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 및 청소년 탈선 등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은 자재 부식으로 인한 붕괴위험까지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남해군의 방치건물 사례를 살펴보고 타 시·군의 폐건물 재활용 우수사례를 소개, 지역의 관광이미지와 부합되는 특색 있는 관광·문화시설로 되살려 관광객 확보 및 쾌적한 지역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슬럼가·폐건물에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나다

폐건물의 재생사례는 전국적, 전세계 적으로 이미 상당히 많다. 재활용으로 다시 태어난 재생건물은 오랜 시간에 걸친 사회적합의의 소산이며 건물 내부를 채울 최적의 컨텐츠를 찾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취재과정에서 둘러본 폐건물 재활용 시설들은 재활용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으로 현재 슬럼화가 아닌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었다. 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 개항기 고(古)건물 재활용한 ‘인천아트플랫폼’

 

120여년 전 조선 개항기 당시 조성된 고건물이 즐비한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 이 곳에 자리잡은 ‘인천아트플랫폼’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조성된 옛 건물들에 문화의 색을 입혀 인천광역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해안동 일대 고건물들은 해방후에도 인천시청 등 관공서로 사용되며 중구가 인천 도심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공헌해왔다. 그러나 1985년 인천시청이 이전하면서 중구는 도심으로서의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이에더해 행정이 송도와 영종도 등 신도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구도심은 계속해서 슬럼화 되어갔다.

이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인천시민사회가 나섰다. 시민사회는 각종 워크숍과 토론을 통해 구도심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10년에 걸쳐 이어갔으며 예술가, 건축가 등 전문가들의 제안을 더해 마침내 근대건축유산에 대한 문화적 활용을 인천시에 제안했다. 인천광역시측은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수용해 지난 2000년부터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시예산과 복권기금 등 총 240억원을 투입해 인천아트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문화시설지구를 조성했다.

문화시설지구지정까지 이어지는 동안 시민사회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개화기 당시의 건물을 두고 식민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보존가치가 없다’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 이런 논란 속에 인천아트플랫폼의 조성논의는 강산이 변하는 긴 세월간 이어졌고 식민지와 관련한 갈등이 해소되면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었다.

이후 인천광역시와 시민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본 컨텐츠로, 시각예술과 음악, 인문학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점진적으로 도입키로 합의, 지난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의 문을 열었다. 구도심 재활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가 소유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 하고 있다. 현재 30명의 미술가·연극인·음악인 등이 입주해 창작활동과 전시·공연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인천시 문화의 중심지로, 연인의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버려진 담배공장이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 위치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은 버려진 담배공장을 재활용한 시설로 지난 2011년 문을 열어 청주시의 문화관광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의 급부상 하고 있다.

지난 1946년 설립된 ‘청주연초제조창’은 공장과 창고건물 등을 포함해 13만㎡ 규모로 당시 국내최대의 담배공장이었다. 한 때 3000여명의 근로자가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고 17개국에 수출하던 지역경제의 중심이었으나 담배산업의 쇠퇴와 함께 지난 2004년 문을 닫았다.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던 연초제조창의 폐쇄로 청주 북동부(내덕동) 상권이 침체되고 도심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건물처리문제를 두고 청주시와 KT&G 간 법정소송 끝에 청주연초제조창 건물은 지난 2010년 12월 청주시 소유가 됐다.

매입한 건물의 용도를 두고 개발업자와 문화계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건물을 방문해 재활용 여부를 타진한 결과, ‘청주공예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가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어 연초제조창을 활용하게 됐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돼 이미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으나 고정적인 행사장 없이 각 시설을 떠돌던 비엔날레가 비로소 한 곳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엔날레는 관계자들로부터 ‘중국 798(북경 군수공장창고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사례)’보다 낫다는 뜨거운 반응 얻었으며 비엔날레 관람을 위해 청주를 찾는 방문객이 행사기간 40일간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청주시 문화·관광의 중심이 되고 있다. 비엔날레에서는 국내·외 공예작가들의 작품전시, 판화·사진·서예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국제아트페어, 국제공예공모전, 연예인들의 공예작품을 만날 수 있는 스타크라프트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40년 된 병원이 게스트하우스로. 전주 니어리스트(nearest)

 

‘니어리스트(nearest·가장 가까운)’는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로 40년을 이어온 병원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전주한옥마을이라는 걸출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전주시는 지난 2008년, 전주시경관기본계획에 의해 한옥마을 관련 규제를 풀고 전통문화지구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1년부터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 현재 매년 5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니어리스트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시설 수요 확대와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려는 민간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며 조성된 곳이다.

4개의 도미토리(dormotory·기숙사)와 5개의 욕실, 1개의 홀을 갖추고 있으며 각 도미토리에는 2개의 2층 침대를 갖추고 있어 하루 최대 16명이 숙박할 수 있다.

하룻밤 숙박료가 1인당 2만원으로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금액은 빵이나 과일 등 간단한 아침식사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니어레스트 또한 영업시작과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니어리스트 임용진 대표는 “도미토리가 4개, 각 도미토미마다 4개의 침대가 있어 총 16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다. 지난 8월 개업일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침대가 비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주인의 상세한 길안내도 니어리스트의 장점이다. 투숙객들은 임 대표를 통해 한옥마을 내 맛집과 구경거리, 각 골목이 닿은 곳까지 전주시 지리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건물재생, 민·관 협력, 지속적인 관심이 전제조건

지금까지 살펴본 폐건물 재활용사례를 취재하며 건물재생을 위한 선결과제와 지향점을 몇 가지 엿볼 수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구도심 슬럼화에 대한 시민 스스로의 경각심과 재활용 방안 모색로 태어난 곳이다. 사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천시민들은 무려 10년의 긴 시간을 할애해 구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생각을 모았고 식민지의 잔재로 보존가치가 없다는 의견을 설득해 일치된 의견을 인천시에 제시했다. 만약 ‘식민지의 잔재로 보존가치가 없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면 인천아트플랫폼 조성이 불가능했을 것임은 물론, 해안동 일대 옛 건물들이 모두 철거되는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에더해 시민과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받아들인 인천광역시의 개방적인 행정 또한 인천아트플랫폼을 탄생시킨 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시민 간 이해, 민·관의 협력이 가져온 ‘대화합의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폐건물의 역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관광자원

오래된 건물에는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100년을 넘긴 건물에는 역사가, 수십년을 묵은 건물에는 추억과 향수가 남아있다. 폐건물의 재활용은 건물의 새로운 용도 외에 역사와 향수를 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사람을 불러모으는 힘으로 작용한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역시 마찬가지다. 담배공장을 기억하는 청주시민들에게는 추억을, 관광객들에게는 연초제조창의 역사를 이야기 거리로 제공하며 이제 담배 대신 문화와 역사를 생산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폐건물을 재활용함으로써 이전에 미술관계자와 애호가들이 관심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건축 및 도시재생분야 관계자들까지 불러모으며 폐건물재활용의 롤모델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니어리스트 또한 과거 병원 시절의 유품들을 한켠에 전시해 방문객들이 건물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홀이 들어선 주사실을 지나 도미토리가 꾸며진 자리에는 진료실이 있었고 주방에는 접수실과 약제실로 사용됐었죠.” 니어리스트 방문객들에게 임용진 대표가 들려주는 건물의 옛 이야기다.

니어리스트 인근에는 그 못지않게 오래된 건물들이 여럿 있다. 그 건물들도 머지않아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재활용되거나 철거 후 다시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근 전주지역에는 도미토리 형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가 4~5곳 정도에 불과해 니어리스트 인근 건물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재활용된다면 마을의 역사와 옛 이야기를 담은 게스트하우스 밀집촌으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천과 청주, 전주 등 전국 각지의 몇몇 폐건물 재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다음호에는 위 사례를 바탕으로 남해군 방치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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