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경 군내 고현·설천 일원의 일부 농가에서 제기된 이른바 시금치 종자논란이 최근 남해군의회 박삼준 의원의 5분 발언으로 인해 다시금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남해군의회 박삼준 의원은 지난 1일 열린 제192회 남해군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올해 일부 시금치 재배농가에 공급된 중소립(MS) 종자에서 발아불량 현상이 발생했고 발아된 포장도 뿌리썩음병으로 인해 재파종 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며 행정과 종자공급을 담당한 농협, 종자공급업체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박 의원은 관내 농협을 통해 공급된 종자규격별 현황을 제시하며 발아나 생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중립종이 주가 되지 못한 상황과 종자규격별 공급방식 변경에 대해 농가에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군과 농협의 조사 결과 이같은 발아불량 현상이 군내 시금치 재배면적의 5% 내외인 50ha에 불과하고 일부 농가에 국한돼 발생한 현상이긴 하지만 민의를 대변하는 군의회 의원으로서 이번 5분 발언은 시의 적절했고 행정과 농협의 과오를 꼬집어 냈다는 측면에서 박 의원의 지적에 공감을 표한다.
반대로 이같은 박삼준 의원의 5분 발언과 일부 농가의 주장에 대해 남해군농업기술센터와 농협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른바 중소립종자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에 대해 자체 발아시험 결과, 기상여건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종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며 “다만 군내 일선 농가의 기계 파종 증가세와 이에 따른 종자 규격을 달리해 공급해달라는 요구에 맞춰 공급량 확보에 주력하다보니 공급 방식 변경 정보가 일선 농가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애로를 가중시킨 점은 정중히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나란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이 있다. 이른바 중소립종자 이상 논란이 소위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보물섬 남해시금치가 지난해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선 단일 품종의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해 시장 신뢰도를 쌓아왔고 해당 품종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영농기술 및 일선농가의 경험치 축적으로 단일품종에 걸맞는 고른 품위를 갖춰온 것이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였던 측면이 크다.
실제 이같은 장점이 본격적인 관내 시금치 재배가 시작된 2009년 384ha에서 지난 2011년 대규모 습해 피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재배 추정면적 1400ha에 육박할 정도 영농 및 재배 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마늘 종구갱신과 같이 습해 또는 기상여건, 군내 토질에 맞는 대체품종 교체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사계절’ 종자를 고수했던 것은 이같은 단일품종의 종자 공급량 확보가 가능한 안정적 공급선이 있었고 또 시금치의 시장선호도를 좌우하는 색택이나 당도 등에서 이 품종이 가진 장점이 농가 일선에 공감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것도 함께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올해 종자 공급과정에서 일부 농가에 선택 자율권을 부여하지 못한 과오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과의 뜻이 일선 농가에 전달돼야 하고 이와 더불어 갈수록 증가하는 이상기후, 토질적합성, 종자 자체의 내병·내습성 등에 대해서는 행정과 농협, 일선 농업인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대체품종 개발 등에 뜻을 함께 모아나가야 한다.
당장 행정과 농협이 올해와 같은 논란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의 확실한 후속 이행조치가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작금의 이른바 종자 이상론을 둘러싼 논란의 방향이 책임공방과 보상 요구로 이어지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보물섬 남해시금치의 재배면적은 전국 재배면적의 17%를 차지하고 있고, 경남내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8%의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시금치 유통 및 판매를 총괄하는 클러스터 사업단이 지난 2009년 문을 연 뒤 불과 5년도 채 되지 못한 기간동안 마늘을 위협할 정도의 농한기 소득작목으로 기반을 닦아온 보물섬 남해시금치다.
남해시금치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 지속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와 이를 통한 농가 소득기반 확보에 매진해야 할 상황에서 더 이상의 종자 이상 논란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일선 농업인과 농협, 행정이 다시 남해시금치의 도약을 위해 논란을 접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건설적이고 대승적인 남해시금치 발전을 위해 함께 각계 각층의 모든 이해관계인들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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