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종자’와 관련된 농업관련 이슈와 논란이 많이 불거진다.
지난 마늘 수확기 때는 무분별한 외지산 마늘종구 유입과 이에 따른 마늘종구 토착화 실패로 인해 이른바 ‘스펀지마늘’이 출현해 논란이 되더니 이번에는 시금치 종자와 관련된 일부 농가의 ‘종자 이상 주장’ 제기로 다시 ‘종자’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일단 설천면을 중심으로 한 새남해농협 관내 일부 시금치 재배농가에서 올해 농협을 통해 공급된 종자를 놓고 ‘소립(MS)종자’ 파종 농가에서 발아력이 약하고 발아 후 생육도 불안정한 상황을 두고 종자 자체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농가에서는 지난해 파종한 종자와의 비교, 대·중립 종자 공급지역과 소립종자 공급지역의 발아 차이 등을 두고 소립종자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농협이나 농업기술센터 등의 의견은 이같은 주장을 ‘섣부른 진단에 따른 일반화’라고 주장한다.
이들 농협이나 농기센터가 이같은 농가 주장을 토대로 잠정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단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파종기 전후 집중된 비로 인해 배수불량에 따른 습해에 의한 영향과 높은 기온이 지속되며 뿌리썩음병 등을 비롯한 병해충 발생에 따른 복합증상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특히 소립종 공급 농가를 중심으로 이같은 피해가 두드러진 것에 대해서는 종자 자체의 이상이라기 보다 이같은 여건 속에서 대·중립 종자보다 종자 자체의 조건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소립 종자의 특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농협과 농기센터의 일치된 의견이다.
일부 농가의 주장과 이같은 농협·농기센터의 분석이 서로 상반된 탓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쉬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긴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 분석 등 즉각적인 대처와 더불어 매년 영농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늘어가는 시금치 재배면적을 감안해 재발방지를 위한 장기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많은 일선 농업인들이 아는 것과 같이 현재 남해에서 재배되고 있는 시금치는 자연채종이 불가한 작목이다. 그런 탓에 마늘과는 달리 자가 채종에 의한 일선 농가의 파종이 불가능하고 파종 전량을 종자공급업체에 의존해 농협을 통하거나 시중 종자판매상들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금치 재배과정에서 실감하듯 시금치는 작목 특성상 기상여건 등에 크게 좌우되는 면이 강하고 이는 종자공급업체의 채종지 관리나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현재는 ‘사계절’ 품종을 공급하는 향우기업에서 자사 생산량의 70~80%를 남해군에 우선공급하겠다는 원칙 아래 비교적 안정적인 종자 공급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단일품종의 우량 시금치라는 남해시금치의 신인도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상당히 기여한 측면이 크다.
물론 지난 두 차례의 종자공급가격 인상에 따른 일선 농가의 불만과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지만 일부 농가의 종자 문제 제기 등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펀지 마늘의 대책과 같은 장기적 대책 강구가 절실하다.
지난 2011년 유례없는 시금치 습해 피해를 입었을 당시, 이같은 논의가 농협, 농기센터, 일부 농민들 사이에 이미 제기됐지만 지난해 좋은 작황과 가격 호조세에 가려 잠시 빛이 바랬던 주장이 있다.
단일품종이라는 남해시금치의 브랜드 가치에는 다소 흠결과 손실이 잇따를 수는 있으나 갈수록 증가하는 기상이변 또는 이상기후 등에 대비해 남해군 토양과 토질에 적합한 대체 종자의 발굴과 확보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시의 주장이 이제는 가시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고민돼야 한다.
현재 군내 파종 전량을 담당하고 있는 ‘사계절’ 품종 외 우리 기후조건과 토질, 일선농가의 보편적 재배이력에 적합한 종자를 발굴해 분산 파종함으로써 시금치 재배농가의 안정적 소득 기반을 확보하고 또 현재 남해군내 납품으로 인해 타 주산단지의 원망을 들으면서도 군내에 생산된 종자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는 향우기업의 남다른 애향심을 존중하면서 남해군과 농협, 일선 농민들이 시금치 작목 자체가 가진 리스크를 줄여나가기 위한 적합 품종 개발과 발굴에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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