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7~8월 대비 최대 1.4℃ 차이, 30℃ 이상 일수 약 열흘 차

“덥다”는 말을 삼시 세끼 밥 먹는 것 보다 자주 내뱉었던 올해 여름이었다.

절기상 입추와 처서를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낮 기온이 섭씨 30℃를 웃돌 정도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가을색이 완연해지는 시기인 9월 중·하순경에도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는 ‘인디언썸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과연 얼마나 더웠었는지 기상청 남해관측소 기온 측정치를 중심으로 ‘너무나 뜨거웠던 남해의 여름’을 되짚어 봤다.

▲“더워도 너~~무 더워!” 통계로 입증

우선 올해 이같은 무더위를 실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기상청 남해관측소의 기온 측정치를 먼저 살펴봤다. 또 여기에는 남해군이 최근 가뭄관련 대책 수립시 측정·집계했던 지난 30년간의 평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의 기온 측정치도 함께 반영해 올해 체감한 것이 얼마나 데이터로도 반영되는지를 먼저 살폈다.

우선 첨부된 <여름철 평균기온 비교> 차트부터 살펴보면 남해군이 집계한 평년 기온은 27.1℃로 올해 7월과 지난해 8월 기온과 유사한 상황을 보였다.

그러나 남해군의 집계치는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시기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의 기온만 측정범위에 포함된 것이어서 전년과 올해의 평균기온 측정기간 중 다소 기온이 낮은 7월 초와 8월 말의 평균기온보다 높게 집계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전년과 올해 여름 평균기온을 비교하면 7월 평균기온이 지난해 25.9℃였던 것에 비해 올해 7월 평균기온은 27.3℃로 1.4℃의 차이를 보였다. 올해 여름을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되게 한 것은 이같이 7월부터 시작된 이른 무더위 탓이 크다.

또 지난 주말까지 내린 비로 일단 급한 상황은 넘기긴 했지만 중부지방에 최장 50여일간 지속된 긴 장마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기온을 낮춰줄 비가 남부지방에 전혀 오지 않았던 점도 올해 폭염을 견인한 이유 중 하나로 읽어낼 수 있었다.

▲열대야 발생일수 전년 대비 2배, ‘남해의 잠 못 이루는 밤’ 늘어

또 7월 무더위는 낮 최고기온 측정치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이상 올라간 날은 한 달의 절반도 못 미치는 13일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에는 거의 한달 중 2/3에 달하는 21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낮 최고기온이 30℃이상 지속된 날이 이어진 시점은 지난해 7월 하순인 7월23일부터였지만 올해는 7월9일 30.2℃를 기록한 뒤 21일간 이어졌다.

특히 올해 여름 밤 시간동안에도 최저 기온이 25℃이상 유지돼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을 쉽사리 청하기 힘든 ‘열대야’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껑충 뛰어오른 결과를 보였다.

지난해 7월 한달간 이틀에 불과했던 열대야는 올해 7월, 13일 동안 발생했고 이어진 월에는 11일간 열대야가 발생해 지난해 7~8월간 열대야 발생 빈도는 12일과 24일로 정확히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제목을 빌어 쓰자면 올해 여름은 정말 ‘남해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무던히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열대야 발생일수도 작년 12일에서 올해 24일로 두 배 ‘껑충’

기후 변화 따른 데이터 수집, 빅데이터 활용으로 정책 반영 시도해야

 

▲평균기온 1.4℃ 상승, 어떤 의미 담겼나?

올해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탓에 발생한 진풍경도 왕왕 발생한 여름이었다. 단적으로 올해 극심한 무더위와 이에 따른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대규모 정전사태, ‘블랙아웃’ 공포에 시달려야 했던 기억은 올해 더위와 함께 가장 오래 기억될 모습일 듯 하다.

또 폭염 관련 보도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담아낸 관련 보도와 다큐멘터리도 속출했고, 폭염 탓에 세간의 이목을 그 어느 때보다 집중시켰던 올해 여름이었다.

전언한대로 측정시점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평년 기온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기온이 1.4℃가 상승했던 이번 여름.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에서 평균 기온 1.4℃ 상승에 따른 온도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간 보도된 내용과 학술 자료들을 살펴보면 전년에 비해 평균기온 1.4℃ 상승의 의미는 꽤나 크게 다가온다.

먼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 2011년 발간한 ‘우리나라 기후 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 평균기온이 28.1℃를 넘어서면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전국적으로 사망자는 425명 가량이 늘고, 2도 상승할 경우 850명의 사망자가 초과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같은 보고서는 폭염으로 인한 산업손실에 대해서도 함께 다뤘는데 폭염이 지속될 경우 같은 28.1℃를 기준으로 1일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국내 산업 손실액은 1조 6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지구온난화 차원에서 지구 온도 상승 문제를 지적한 유엔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1℃가 상승할 시 안데스산맥의 작은 빙하가 녹아 약 5천만명이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게 되며, 전세계 10%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농작물 생산량은 10%가 감소한다’는 이른바 ‘1-10법칙’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후변화 등 다양한 통계 확보와 분석기법 도입 고민 이어지길

비록 취재기자의 역량 부족로 인해 이같은 연구보고서와 같은 유의미한 데이터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대안 마련은 시도되지 못했지만 점차 기상이변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고민은 지금부터라도 이어져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단순히 지난해와 올해의 평균기온 비교를 통해 올해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관련 측정치를 비교해 보겠다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이번 기사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마무리가 좀 거창해지는 듯 하다.

그러나 매년 이같은 폭염 등 기상이변이 체감할 정도로 증가하고 특히 올해 폭염으로 인한 연안 적조의 심화, 장기화, 농작물의 병해충 피해 발생 등 여름 무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남해’만의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년 중앙 부처 단위의 재해대책의 일환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따라가는 대책이 아닌 남해만의 데이터 수집과 이를 활용한 시의적절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폭염 발생시 고령자들의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에 무더위 쉼터 설치, 야외활동 자제를 각종 특보상황에 맞춰 앵무새같이 반복할 것이 아니라 여름철 평균기온 상승시 관내 의료기관을 찾는 고령의 온열질환자 통계를 병합시켜 쉼터를 확대 설치하고 경로당 냉난방비 차등 지원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에 반영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다양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기존의 인식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통계들을 취합, 분석해 새로운 정책 수립에 이르게 하는 등 통계 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두된 빅데이터 활용 사례와 이 빅데이터 활용을 점차 확산시켜가고 있는 지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해군도 이제 단순히 통계를 통계로만 넘길 때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다소 시작과 끝이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듯하지만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번 여름이 준 뜨거웠던 기억이 그냥 ‘그랬었지’하는 정도로 넘기기엔 아쉬워 독자와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단상(斷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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