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라는거 사람이 없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남해에서 장사하는 저로서는 주민분들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죠.”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와 마주 앉아 그가 말한 첫 마디다.
30년간 자장면과 함께 살아온 그를 만나서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이 어느덧 삼개월 전이다.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지역사회의 복지단체에 취재차 들리다 보면, 단체마다 벽에는 월 중 계획표가 붙어 있다. 매번 그 계획표에서 발견 할 수 있었던 게 ‘생생반점’이라는 단어.
취재를 마치고 궁금했던 그 상호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을 듣고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만 해오던 일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기자가 단체마다 그 상호의 의미를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변은 대부분 이랬다. “사장님이 시설이용자들 위해서 자장면 만들어 주시거든요. 항상 감사하죠”, “사장님 좋으신 분이죠. 지속적으로 시설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인데 고맙죠”, “묵묵히 자기일 하시면서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그는 주변의 단체들이 설명해 주듯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장면 만들기로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에 작지만 큰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날개 없는 천사는 바로 생생반점의 신충옥 씨다.

▲군내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자장면 봉사’를 해온 생생반점의 신충옥 씨와 그의 든든한 파트너 박영희 씨.

그는 지역 내 요양원의 어르신과 지역 장애인시설이용자들을 가게로 초대해 자장면을 대접한지 벌써 올해로 3년 가까이 되간다.
매달 둘째, 넷째 화요일로 정해놓고 꾸준히 해오던 터라 주변에서는 이미 말하지 않아도 그의 선행에 대해 다 알고 있을 정도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나보다 더 오래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썩 오래하지도 않은 내가 인터뷰를 하게 되서 부끄럽다”며 쑥스러움을 더하던 그다.
이렇게 그가 자장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가 자장면과 연은 맺고 남해에서 쭉 살아온 것 그것이 이유라 말한다.
남해출신의 그가 17살 때 쯤 친구와 함께 읍사거리에 위치한 자장면집에 갔다가 당시 주방장이 면을 뽑을 것을 보게됐고, ‘참 매력적이다. 나도 하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10대 후반부터 주방 일을 배우기 시작, 자장면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때 당시에는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었고, 철가방이 아닌 나무통이였다는 추억이야기까지 곁들이며 힘들었던 그때 시절을 남해에서 잘 버텨왔다고 한다.
몇 번의 자리 옮김이 있었지만, 지금의 생생반점까지 운영해오며 남해읍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30년 가까이 다 되간다는 신충옥 씨.
그렇게 힘든 시절을 남해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자장면을 먹으러와 준 지역주민들이 있어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래서 늦었지만 30년동안 받은 도움을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자장면을 만들어 가게로 모셔 내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가게가 많이 작아서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하는게 제일아쉽죠” 그리고 “오히려 보답하려고 가게로 초대한 것인데 할머니들은 자장면을 맛있게 드시고 항상 홀에서 한참동안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이나 인사하고 가신다. 그럴 때 마다 미처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베품으로 인한 행복함’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그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믿고 현재까지도 불만없이 잘 따라 와준 부인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며, ‘봉사활동도 혼자서 했다면 못했을 것’이라며 따끈한 부부애를 자랑해주신다.
이미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진행하는 푸드뱅크 ‘음식나눔봉사’부분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숨은 봉사자인 신충옥 씨는 “앞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자장면 봉사활동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하며 “조금더 넓은 장소에서 더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자장면도 더 많이 팔아야 겠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던가. 그저 생각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제 밥줄 챙기느라 주위 한번 둘러보지 않는 각박한 요즘에 신충옥 씨의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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