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세연구원장ㆍ복지부장관ㆍ국회예산처장 이어 네 번째 공직
보수적 개혁주의자로 통해… “고향 남해 ‘쉼’의 섬 되길”

이동면 다정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최광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지난 5월24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400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수장인 만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보건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경제?경영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제도와 기금의 동반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지는 지난달 말 임명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 이사장을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실에서 만났다.

▲취임 2개월이 지났다. 늦었지만 취임소감은.

 

“급속한 고령화와 100세 시대의 도래 속에서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핵심제도인 국민연금의 수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 행복한 노후와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명품서비스’로 제대로 봉사하여 국민들을 만족시키고 신뢰받는 ‘명품공단’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노후소득보장 기반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합리적인 기관운영 시스템과 신명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주어진 임기를 국가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제도와 기금의 동반발전을 통한 국민복지 향상과 공단이 ‘세계최고의 복지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학자로 관료로 살아왔다. 좌우명과 경영방침은 무엇인가.

“‘성실과 최선’을 삶의 최고 가치로 삼아 왔다. 평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며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미스터 원칙주의자’로 불리기도 한다. 경영방침도 이러한 좌우명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고객중심’, ‘원칙중심’, ‘현장중심’의 세 가지 경영방침을 정했다. 고객인 국민을 중심에 두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업무처리와 일선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기초연금 도입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3월부터 7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 17일 합의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기초연금 방안을 8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최종 법안이 마련될 것이다.

노후빈곤 완화라는 대선 공약의 취지를 살리면서 미래세대 부담과 재정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도입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단에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상호보완관계 속에서 조화롭게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과 아울러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국민연금이 수급률은 낮추고 보험료는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먼저 국민연금은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향후 연금을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현재 평균수익비가 1.8배인 구조다. 확정급여방식으로 설계되어 국민의 소득보장에 보다 충실하도록 하고 있으며 민간연금보다도 우월한 수익성을 가진다. 확정급여방식은 가입기간 중 자신의 소득과 기여기간 등의 요소를 반영하여 법에 정해진 계산방식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연금을 만들기 위해 제3차 재정계산결과에 따른 국민연금 제도개혁 및 이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었던 보험료율 인상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과 기금의 안정적 운용, 수익률 제고를 통해 국민연금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국민연금을 바로 알리고,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걸음도 반듯하게 걸으셨고 학교에 출근하기 전과 퇴근 후에는 곧 바로 논으로 가서 일하셨다. 어머니 역시 밤새도록 가마니를 짰다. 방학 때 집에 오면 공부 하란 말보다 문학전집을 사주셨다. 아버지는 정이 많고 인자하고 부지런한 분이셨다. 학비 못 내는 제자들 학비를 모두 내어주고 졸업시킨 훌륭한 분이셨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미국 유학생활은 어떻게 했나.

“미국 유학은 포드재단에서 나오는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생활비와 학비를 장학금으로 받은 것은 조상의 덕인 것 같다. 관직이 이번이 네 번째인데 그때 전공한 국가예산과 재정 등 전공을 찾아 일하니 즐겁고 뿌듯하다.”

▲고향 남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나.

“살아오면서 고향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냥 학자답게 조용히 지냈다. 남해는 지구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소 풀 먹이러 산에 올라가 본 푸른 들판과 돛단배가 떠 있는 아름다운 바다를 잊을 수 없다.”

▲고향 남해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높은 산의 푸르름과 맑은 물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고향 남해는 지금도 제 삶의 에너지 원천이 되는 곳이다. 많은 것이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요즘이지만 고향 남해군만은 지금과 같은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작지만 평화로운 남해를 많이 찾아와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위로와 진정한 ‘쉼’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향우들과 남해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해’라는 같은 공간과 기질을 공유한 사람들이라 남해 인들은 어디서 만나든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가끔은 함께 우정과 향수를 나누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중심에 머물기보다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더불어 서로 도우며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해의 저력, 좋은 기를 받아 모두 각자의 자리에 하루하루 성실하게 지내며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에 큰 몫을 해 주셨으면 한다.”

최 이사장은 이동면 다정리에서 아버지 고(故) 최엽종씨와 어머니 고(故) 조천일씨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남해중, 이동중고, 동주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다초초와 진주중, 부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메릴랜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85년부터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장관, 국회 예산정책처 처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한국외국어대에서 정년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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