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는 관심을 덜 갖는다.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면 오늘 공설운동장 앞 남산천 복개공터에 모여 ‘쌀 수입개방을 반대한다’고 외치는 농민들을 보면서도 별다른 느낌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과 관계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존재할 수 없다. 농민들이 생산하는 먹거리를 먹지 않고는 아무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면 농산물을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에 비해 수입농산물이 가격도 싸고 질이 좋다면 우리는 비싼 공산품 수출하는 대신에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수입정책을 펴는 정부, 대기업, 중앙의 언론들이 입만 열면 퍼뜨렸던 논리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농사를 짓는 농민조차도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그런 논리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중국쌀 가격은 우리쌀의 6분의 1, 미국쌀은 3분의 1에 불과하니 수입해 먹으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말하기 쉬운 논리가 경제성논리이다. 경제성논리만 내세우면 다른 논리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제압하기도 쉽다. 경제성논리로 따지자면 정치인이 수입 1순위이다. 맞는 말 아닌가? 경제성논리에 따르자면 농업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졌어야 했다. 그런데 왜 미국은 국민 세금을 쏟아 부으며 자국의 농업을 지원하고 있는가? 영국은 자국 농업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연합(EU) 가입까지 늦추고 농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그런 뒤에야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이런 사례를 왜 우리 정부는 따라 배우지 않고 언론은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가?

식량 없는 나라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 곡물은 1%만 생산량이 줄어도 가격은 47%나 폭등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80년 우리나라는 냉해로 쌀이 부족하자 그 당시 미국 쌀 가격의 3배를 주고 샀으며 그 후로도 5년 간에 걸쳐 미국쌀을 사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어 그 미국쌀이 89년까지 재고량으로 남아 있었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때 밀가루 가격이 70%나 상승하지 빵 가게는 일찍 문을 닫았고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농민들은 가축을 정리해야 했다.

경제성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식량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말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마치 우리가 쌀을 수입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써댄다. 그러나 식량이 무기화되는 시점에선 강대국이 쌀을 수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또한 나중에는 곡물을 무기로 공산품도 싸게 수출하라는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것에는 질끈 눈감아 버린다. 그들은 쌀 무역장벽은 한번 무너지면 결코 다시 세울 수가 없다는 것도, 일본은 2010년까지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4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조건 쌀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내가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정부와 서울의 언론들, 그들의 논리에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쌀농업만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우리 농민들의 외침이 곧 나와 민족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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